매일신문

백두대간 단독 무지원 일시 종주…'장군봉 산꾼' 이장우씨

"1대간(백두대간)-6기맥-정맥-지맥을 다 밟고, 85세에 백두대간을 역종주하는게 제 꿈입니다. 백두대간의 북한구간은 통일이 돼야 종주가 가능한데, 살아생전 제가 뜻을 못이루면 아들이, 아들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손자가 대물림하기로 작년 여름, 온 가족이 소백산 정상에 모여서 약속을 했습니다. "

이순을 훌쩍 넘긴 산꾼 이장우(63. 경주경찰서 퇴직, 대구시 동구 효목동)씨는 전국의 등산객들에게 '불멸의 인물'로 손꼽히는 산장군(?)이다. 옆집에 사는 '젊은 할아버지' 같은 소박하고 평범한 인상이지만 이씨는 스무나문살씩 넘나드는 선후배 동료 산꾼들로부터 '장군봉'으로 불린다. 산꾼 이씨가 우리 산하에 남긴 족적이 마치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처럼 우뚝한 기상을 지녔기 때문이다.

◆ 백두대간, 단독 무지원 일시 종주

지난 2001년, 이씨는 백두대간의 남쪽 끝인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 설악산 진부령까지 도상 680km(높낮이가 있어서 실제 거리는 1천km 혹은 1천200km라고들 함)를 41일간 단독 무지원 일시종주하는데 성공했다. 30kg의 베낭을 메고 혼자서 하루 평균 30km를 오르내린 셈이다.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의 승자이다.

이씨의 백두대간 무지원 단독종주 기록은 웰빙 트렌드에 따라 부쩍 늘어난 산꾼들에게 필수코스처럼 된 여늬 백두대간 종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 산꾼들은 백두대간을 50구간으로 나눠, 특정구간을 쪼개서 등행하면서 어느정도 가면 산을 내려와서 쉬고, 충분히 쉬다가 식량 물 등을 다시 챙겨서 보통 2주일 뒤 하산한 지점에서 다시 등행을 이어가는 '구간 종주'를 한다.

"설령 백두대간을 끊어서 등정하는 구간 종주가 아닌 일시 종주를 했다하더라도 도중에 쌀과 물 등을 지원받지 않기는 힘들지요. " 이씨와 함께 대구산사람들의 멤버인 동료 김호연(대구 중부서 생활안전계 경사)는 "출발부터 끝까지 철저히 혼자서 외부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단독 종주에 성공한 산꾼은 거의 없다"고 전한다.

◆ 하루에 12~13시간 산행은 보통

"해가 뜨면 걷기 시작해서 보통 하루 12~13시간씩 걸어요. 식량은 90% 이상 소금으로 된 새우젖, 라면, 쌀 등 이에요. "

이씨의 아침 식사 시간은 새벽 4시30분. 라면 하나를 끓여서 전날 저녁에 남겨둔 밥의 반을 떼넣어 '꿀꿀이죽'(?)을 만든다. 이 죽을 반만 먹고, 나머지 반은 그대로 베낭을 넣어 오전 11시까지 산을 탄다. 오전 11시, 남겨둔 꿀꿀이죽에 물을 부어 후루룩 마시면 점심이다. 수도자들보다 더 지독한 고행길 산행이지만,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다 밟아보리라던 '사나이 결심'에 한발자욱씩 더 다가서는 것을 생각하면 하나도 고생스럽지 않다. 하늘이 알고, 산이 알고 이씨가 아는 고독한 산행에서 지극한 만족을 느낀다. "오후 3시, 마지막 남은 밥 반공기에 미숫가루를 태워 물을 부어 휘 저어서 먹고 나면 오늘 산행은 끝입니다."

◆ 20여권에 달하는 산행일기 책으로 펴낼터

그렇게 1대간(백두대간), 9정맥(낙동정맥, 낙남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금북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을 단독종주했다. 2001년 백두대간 무지원 단독종주에는 41일, 2002년 낙동정맥 종주에는 20일, 2003년 호남정맥 종주에는 23일, 2004년 한북정맥 종주에는 9일이 걸렸다.

"호남정맥 벌교 뒤 존재산의 주능선을 통과할 때는 지뢰지대여서 위험했고, 한북정맥의 강원도 대성산 능선은 군부대인데다가 급경사여서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산행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뒤덮인 우리나라지만 제대로 된 기맥, 정맥, 지맥을 손금 들여다보듯이 기록해서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산하

"등산 초기에는 아내의 반대가 심했죠.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혼자 산에 다니다가 죽을까 걱정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걱정하던 가족들이 이씨의 유일한 낙이자, 관심이 우리 산하를 직접 발로 디뎌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또한 이씨의 초발심이 전혀 흔들리지 않자 든든한 후원자로 바뀌었다. 이씨가 못다한 종주가 있으면 대물림해서 잇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우리나라 산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만사가 해결돼요." 우리나라 산처럼 표정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산은 세계 어디도 없다. 세계 최정상 에베레스트는 황폐하고, 열대지방의 산은 무성하기는 하지만 웅장하지 않고, 남북극은 눈덮인 설산이어서 다양성이 부족하고, 일본은 화산이어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산은 바위, 흙, 수목, 물이 적당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 산맛이 다르다. 금강산만 계절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 설악산 다 계절명이 있음직하다.

◆ 팔공산 주능선 750회 종주

"지리산은 덩치는 엄청 커도 바위보다 흙으로 덮인 육산이어서 여성적이고, 설악산은 바위로 뒤덮인 남성적인 산입니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좋은 우리산을 두고, 왜 다른나라 산을 찾습니까. 게중에도 설악산 공룡능선은 일품입니다. 기암괴석이 공룡의 등처럼 삐죽삐죽 솟은게, 이 공룡능선에 올라서면 북한지역 동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집니다."

팔공산 기슭에서 태어나 산과 함께 자란 이씨는 그동안 팔공산 주능선(갓바위-동봉-가산산성까지 25km 구간)을 750회나 일시종주한 신화를 갖고 있다. 그런 이씨는 산을 좋아하는 순수한 사람들이 넷상으로 뭉친 인터넷 까페 '대구 산사람들'(okmountain.com/ok까페/대구산사람들)의 김호연(대구 중부서), 최성규(증권 컨설턴터), 전일석(부산중공업)씨와 함께 대구 인근에서 아름다운 산 가운데 하나인 환성산을 찾아 표지석(사진)을 세우기도 했다. 환성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인 환사모라고나 할까. 이들은 환성산 달빛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 대구시민은 복 받은 사람들

"지역에는 유난히 등산회가 많습니다. (산악)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곳까지다 합치면 한 2천개나 됩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1백만명이상 사는 광역도시 인근에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1천m 이상 높이의 산은 아마 팔공산 밖에 없을 겁니다. 팔공산은 우리의 중요한 자원입니다. "

산꾼 이씨는 "백두대간에 있는 백병산의 경우 시멘트회사에서 거의 다 파먹고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대간은 자르지 못하도록 해야하지요. 고속도로를 내려면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터널을 뚫어야지요. 원산 줄기를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시대의 의무입니다. " 1대간, 9정맥 곳곳에 피흘리는 산하를 이씨의 산행일기는 고발하고 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gchu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