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50세가 돼서야 천명을 알았다고 했다. 살아온 세월과 삶의 의미를 그때야 알았다는 말이다. 우리 나이로 50대는 6.25 전쟁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다. 가난과 혼란의 와중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배 곯고 힘들었던 어릴 적을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모이면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나라 성장의 희망을 향해 달릴 때 사회에 진출, 유보된 민주화의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민주화가 실현되는 지금 그들의 고통이 잊혀지고 있다.
◇ 이달 들어 신문 지상에 어머니를 회상하는 칼럼들이 많이 실리고 있다. 필진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전쟁의 와중에서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온갖 궂은 일로 자식들을 키워낸 아픔이 느껴진다. 그렇게 자란 세대라서 성장의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회 곳곳에서 밀려나고 있다.
◇ 얼마 전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올 3월말 현재 전체 취업자는 2천257만명으로 1년전의 2천237만명보다 0.9% 느는데 그쳤지만 50~59세의 취업자는 325만7천명에서 350만3천명으로 7.6%나 증가했다. 50대의 취업 증가율은 외환위기가 휘몰아친 98년 -4.7%로 급락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50대의 이 같은 취업 규모나 증가율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전체와의 비율도 지난해의 14.6%에서 15.5%로 올랐다.
◇ 통계청은 실직한 50대 남성들이 파트타임 등으로 재취업에 나선데다 여성들도 서비스 분야로 활발히 진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키워야 할 자식이 있고 들어가야 하는 돈이 필요한 세대이므로 넥타이 풀고 화장을 지운 채 면장갑에 물걸레를 마다 않는 것이다. 그러나 20대와 30대의 취업 증가율은 -1.7%로 후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층의 실업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 50대의 취업이 크게 늘어난 통계 수치는 그들의 강한 생존 본능을 암시한다. 외환위기와 사회 환경 변화로 일자리와 사회 활동에서 밀려나고 있지만 성장 시절 젊음을 바쳐 일해 온 그들의 강렬한 의지가 마냥 실업자로 남은 세월을 흘려보내지 않게 한다. 반듯한 일자리에만 삶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살아 남는 지혜를 아는 게 바로 지명(知命)이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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