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가 지은 테베 궁전 도서관에는 '영혼을 치료하는 장소'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영혼을 치료하는 명약은 바로 책이다.
독서를 통한 치료는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독서치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구시 교육청이 대구시내 18개 복지시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독서치료는 공교육 기관이 체계적으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관심을 끈다. 지난달 27일부터 독서치료를 시작한 'SOS어린이 마을'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독서치료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독서치료로 마음 열기
지난 4일 오후 5시. SOS어린이 마을에서는 고교생 7명을 대상으로 독서치료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의 수업자료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글'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마법의 돌'. 처음에는 다소 뚱한 반응을 보였던 학생들도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농담들을 던지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수업은 단순히 '마법의 돌'이란 글 속의 교훈을 찾아내고 감상을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독서수업과는 달랐다. 일단 글을 읽은 뒤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 생각하는 참모습, 그리고 자신을 좀 더 빛나게 해 줄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갔다. 그리고는 결국 자신도 '돌멩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되겠다는 다짐들이 학생들의 입속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독서치료는 책을 매개로 한 심리치료 활동이다. 막연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기보다는 목적에 맞는 읽을거리를 통해 좀 더 쉽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독서치료의 장점. 수업을 진행한 송명희(50'여) 자원봉사자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에 맞는 책을 골라 읽도록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학생들은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은 물론 자아 찾기, 존재의 소중함,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는 교육효과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대구교육청의 독서치료 사업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교육과학연구원 소속 상담 자원봉사자 중 56명이 120시간의 자격 연수를 받아가면서 '독서치료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 이들은 대구시내 18개 복지시설 1천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1시간씩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원봉사자 팀장을 맡고 있기도 한 송명희씨는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지어먹듯 마음에 상처가 생긴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책을 읽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스로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독서치료를 정의했다.
따라서 책을 읽히고 책의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능력보다는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찾아낸 뒤 이에 알맞은 책을 선정하고 문제를 던져 학생들이 길을 찾아가도록 하는 기술이 중시된다. 이번에 자원봉사에 나선 56명도 독서치료사 자격증 외에 다양한 청소년 상담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전문가들로 선정됐다.
송 팀장이 선정한 목표는 고등부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모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2년간 SOS어린이마을을 드나들면서 성교육, 인성교육 등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독서치료를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고 장래 희망을 찾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고 있다"고 했다.
▲올바른 독서를 위한 하나의 방법
우리나라에서 독서치료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소개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임상 경험 등이 부족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
한원경 대구교육청 중등 장학사는 "독서가 시대적 대세가 됐지만 아직 올바른 독서법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며 "독서치료는 단순히 심리적인 상처 치유 차원을 넘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책을 상담자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에서는 더 많은 독서치료 자원봉사자 교육을 실시해 앞으로는 시설 아동들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까지 '독서치료'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문제는 예산 부족. 지금 형편으로는 올해 1천여 명의 복지 시설 학생들에게 독서치료를 실시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될지가 불투명하다.
한 장학사는 "자원봉사자들은 많은데 학생들에게 읽힐 책과 예산 등이 부족해 현재 일부만 활동하고 있다"며 "독지가의 후원이나 책을 기증해 주는 시민들이 있다면 더 많은 학생에게 책을 독서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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