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씨야 고맙다" 에어컨 판매 76배 증가

"7배가 아닙니다. 작년보다 76배 늘어났어요, 에어컨 판매가."

대구의 한 대형소매점 에어컨 매장 얘기다. 때 이른 무더위에다 할인행사 등 판촉활동이 이어지면서 4월 말 이후 에어컨 매출이 작년 대비 76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4월 초에 기록했던 작년 대비 8배 신장률마저 무색할 지경. 한 판매직원은 "올 여름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기상예보에다 최근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이어지자 에어컨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같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름 상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매출 증가세를 기록한 품목은 역시 에어컨. 롯데백화점 대구점·상인점은 지난 1일 하루에만 80여 대의 에어컨을 팔았다. 지난달 하루 평균 판매량의 5배. 설치 대기기간도 예년에는 1주일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전자관에서도 4월 중순부터 5월 5일까지 에어컨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두 배 늘었다.

보름 정도 일찍 매장에 선보인 선풍기 매출도 배 이상 늘어났다. 예년보다 15~20일 정도 출시 시기를 앞당긴 여름 의류와 선글라스, 양산, 샌들 등 액세서리에도 고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백화점 경우 최근 들어 여름 여성의류 매출이 전년보다 35% 신장했으며 선글라스는 60%, 양산은 50%, 샌들은 30%대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에서도 최근 한 달 동안 여름 여성의류 매출이 작년보다 18% 신장했다.

날씨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하는 빙과·음료·주류도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 백화점과 대형소매점에서는 이달 들어 빙과류 매출이 배 이상 늘어났으며 캔맥주는 55%, 생수는 33% 매출이 증가했다. 여름 '대표과일'인 수박도 아직 가격대가 1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인데도 잘 나가고 있고, 참외는 작년보다 3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조·유통업체들은 '여름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이 밀려 감당하기 벅찰 정도. 연초부터 시작된 소비자들 예약주문이 5개월째 이어지면서 한여름에나 나타나는 배송지연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배송이 4, 5일 가량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빙과 업체들도 더위 특수를 겨냥해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신제품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름 상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날씨가 영업 담당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이 같은 특수가 내수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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