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금달걀을 낳는 암탉

옛날 옛적 갓날 갓적 부지깽이 북을 치고 바지랑대 박 탈 적에, 웬 사람이 참 가난하게 살았어. 집은 가난한데 식구는 많고, 일 년 농사지어 온 식구 먹고 나면 쌀 한 줌 남는 게 없고, 이러니 도통 살림이 붇지를 않거든. 그래 한번은 식구들이 다 모여서 의논을 했어.

"올해는 우리 식구 농사지어 먹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곡식을 몽땅 독에 넣어 뚜껑을 단단히 덮고서 광에다 숨겨 놓자. 그러고서 뿔뿔이 헤어져 얻어먹든 빌어먹든 먹고살다가 내년 농사철이 되거든 돌아오자."

이렇게 약속을 하고, 그 해 농사지은 것을 잘 찧어 가지고 몽땅 독에 넣고 뚜껑을 단단히 덮어서 광에다 깊이 숨겼어. 그러고 나서, "내년 봄 아무 달 아무 날에 다시 만나자."

하고는 마른 바닥에 콩 튀듯이 그냥 팍삭 흩어졌지. 온 식구가 뿔뿔이 헤어져서 발길 닿는 대로 가서는 얻어먹기도 하고 빌어먹기도 하고, 이러면서 겨울을 났어. 그리고 이듬해 봄에 약속한 날짜가 돼서 모두 집으로 돌아왔단 말이야.

돌아와서 밥이나 해 먹으려고 광을 뒤져 독을 꺼냈지. 꺼내서 뚜껑을 딱 열어 보니, 아니 이게 웬일이야? 독이 텅텅 비었네그려. 다른 독을 열어 봐도 그렇고, 또 다른 독을 열어 봐도 그렇고, 모조리 텅텅 비었어. 그런데 마지막 독을 딱 열어 보니까, 그 안에 암탉이 한 마리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들어있더라네.

"야, 이놈이 우리 곡식을 다 먹었나 보다." 하고, 그 닭을 어찌할꼬 하다가 그냥 집에 두고 키우기로 했어. 곡식은 이왕에 먹어치운 것이니 어쩔 수 없고, 달걀이라도 얻어볼까 하고서 말이야.

그래서 두고 키웠더니 아닌게아니라 그 날부터 닭이 달걀을 낳는데, 아 이것이 예사 달걀이 아니라 금달걀일세그려. 금으로 된 알을 낳더란 말이지. 그러니 수가 났지 뭐. 아, 날마다 금덩이를 하나씩 쑥쑥 낳으니 그 얼마나 좋아? 금세 부자가 됐지. 혼자만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이웃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한테도 몇 개씩 나눠줘서 온 동네 사람이 다 부자가 됐어.

그런데, 그 이웃 마을에 욕심 많은 정승이 살았거든. 이 정승이 소문을 듣고 보니 이것 참 배도 아프고 탐도 난단 말이야. 어떡하면 그 암탉을 차지할꼬 싶어서 며칠 동안 끙끙 앓다가 하루는 그 집을 찾아갔지.

"여보게, 자네 그 암탉을 언제 어디서 얻었는가?"

"우리 식구 딴 데서 겨울나고 돌아와 보니 광에 숨겨 둔 독 안에 들어 있습디다."

"옳거니, 그 닭이 바로 지난해 집 나간 우리 닭이로세."

참말이냐고? 아니, 정승이 닭을 차지하려고 거짓말을 꾸며낸 게지.

"내 우리 닭이 여태 낳은 금달걀 값은 안 받을 테니 어서 돌려주기나 하게."

"그러세요. 안 그래도 우리는 이제 부자가 돼서 더는 소용없던 참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승이 닭을 가져갔는데, 그 뒤로도 닭이 금달걀을 낳았을까, 안 낳았을까? 그래, 그 뒤로는 금달걀을 안 낳고 예사 달걀만 낳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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