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겨레(대구 북부초교 6)군은 컴퓨터 박사로 통한다. 각종 대회 입상은 물론 정보영재교육원 입학 등을 통해 '컴퓨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좀 더 나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히기 위해 수학 공부에 몰두한 결과, 한국수학학력평가(KME)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윤군이 컴퓨터를 시작으로 과학'수학에까지 폭넓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부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있는 분야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어머니가 뒤에 있었다. 윤군의 어머니 박갑녀(42)씨에게서 아이의 재능을 100% 키워주는 자녀 교육 방법을 들어보자.
▲컴퓨터는 겨레의 꿈
겨레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어려서부터 유독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는데다 다른 아이들보다 타자 실력이 부쩍 빨리 늘어나는 것을 눈여겨본 엄마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컴퓨터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 꿈을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컴퓨터 학원에 다닌 지가 꼬박 5년째에 접어들지만 겨레는 컴퓨터 학원에 가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할 정도로 열심이다. ITQ'엑셀 A등급, 워드프로세서 2'3급,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시험 2'3급 등 자격증만 벌써 7개나 가지고 있을 정도. 올해는 대구교대 정보영재교육원에 입학, 한층 심화된 수업을 받고 있다.
컴퓨터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수학'과학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한다. 어려운 수학 함수에다 과학에 대한 이해 능력까지 높아지니 교과 성적이 우수한 것은 물론 각종 과학'수학 대회를 휩쓸고 다닌다.
박씨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재능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관찰하기보다는 전 과목에서 좋은 성적만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지만 엄마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자녀의 '숨은 끼'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원은 NO
항상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겨레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학습지에 파묻혀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교 수업을 보충해주는 학과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다. 성적의 비결은 바로 예습과 복습.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1시간가량 복습을 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다. 이런 공부 습관을 만들어 준 것도 엄마였다.
박씨는 "1학년 때부터 집에 돌아온 뒤 1시간은 선생님이 농담한 것까지 빠뜨리지 않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도록 시켰다"며 "이렇게 3년을 하고 나니 수업 시간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서도 복습하는 것을 빠뜨리는 일이 없다"고 했다.
아침에는 30분가량 예습을 한다. 고등학생인 형이 있어 오전 7시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데 겨레가 학교 갈 때까지는 1시간 이상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 이 시간 동안 교과서를 읽으며 예습을 한다.
박씨는 " 학원을 보내게 되면 너무 문제 위주의 수업만 반복하면서 아이의 사고를 단순화시킬 것 같아 어릴 때부터 교과서와 참고 서적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들도록 가르쳤다"며 "다양한 자료로 공부하다보니 더 폭넓은 지식을 쌓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부는 자기 하기 나름
겨레가 영재교육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주위에서 "겨레를 위해서는 수성구로 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씨를 부추기고 있는 것. 하지만 박씨는 수성구로 갈 생각이 없다. 가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지만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지 억지로 환경을 만들어놓고 떠민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다만 박씨는 "겨레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지원은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중학교에 가서도 영어'수학에만 매달리지 않고 컴퓨터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박씨는 "아이를 믿으니 성적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지만 입시 위주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으며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멀리 하고 그 꿈을 포기하게 되지나 않을지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입시에 지치지 않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꿈을 함께 키워가고 있는 윤겨레군과 박갑녀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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