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금융기관 활로찾기 '몸부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서민형 금융기관들이 은행 틈바구니에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복잡하고 전문화한 상품을 취급하며 요란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은행에 맞서 이들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와 지역 밀착을 무기로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금리 등 이점 살리기 안간힘=서민 금융기관들은 여러 모로 은행보다 불리하지만 강점도 갖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 높이는 데 치중하느라 돈 많은 고객을 우대하고 상대적으로 서민 고객들에게는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등급을 엄격히 하면서 은행 돈 빌리기가 만만찮은 요즘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은 이런 고객들을 파고 들고 있다.

이 점을 반영하듯 서민 금융기관들 고객 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고객 수는 1997년 말 81만 명이었다가 현재 90만 명이며, 경북의 새마을금고 고객 수도 1997년 말 92만 명에서 현재 113만 명으로 증가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의 대출한도가 50%인데 비해 상호저축은행은 70%여서 고객 입장에선 대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금리도 1년제 정기예금의 경우 대구경북지역 신협이 4.3%, 새마을금고가 4.2%, 저축은행이 4.2~4.5% 수준으로 3%대 후반인 은행보다 낫다.

이런 이점 등으로 인해 주로 50~60대 이상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서민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창구 고객을 꺼리고 전자금융 쪽으로 유도하는 은행에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반면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와 함께 가요교실, 교양강좌, 어린이 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등 은행보다 더 깊게 지역 밀착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정길준 유니온저축은행 부장은 "70~80%가 60대 이상 고객들로 이들 중에는 이자 생활자들이 적지 않다"며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게 가장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은행과의 격차, 더 커져=은행들이 예대마진 외에 펀드 판매, 각종 수수료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는 반면 서민 금융기관들은 예대마진 비중이 높다. 은행들은 자회사를 두고 펀드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펀드를 판매할 수도 있지만 서민 금융기관들은 관련 법의 규제로 펀드를 판매할 수 없다. 예대마진 외 수익이라면 자금을 본부(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맡겨 금융상품 운용으로 수익을 남겨 배분받는 것 등이 고작이다.

물론 이들도 본부의 자체 보험(공제)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금융 상품을 바로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데 반해 서민 금융기관의 연합회나 중앙회는 며칠씩 시간이 걸린다. 전산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시장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또 은행들이 전문성을 강화해 고객에 대한 재무상담 기능을 높이고 있는데 비해 서민 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박종식 삼익신용협동조합 전무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저축은행은 수표를 발행할 수 없는 등 은행에 비해 규제받는 측면이 많다"며 "제도적 규제로 인해 생기는 차이뿐 아니라 다른 격차도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구조조정, 효율성 높이기=최근 금융감독원은 부실한 신협과 저축은행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마을금고는 금감원의 감독·관리 대상이 아니고 행정자치부 관리 대상이라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많은 신협과 저축은행들이 부실의 멍에를 지고 사라졌는데 아직 구조조정할 여지가 많단 말인가?

외환위기가 발생할 무렵인 1997년 12월 대구지역 신협의 수는 161개였으나 현재 68개로 줄어들었다. 대구지역 새마을금고는 176개에서 128개로 감소했다. 13개에 달하던 저축은행도 지금은 3개밖에 남지 않았다.

은행도 마찬가지였지만 상당수 서민형 금융기관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나고 일부 조합장과 이사장들의 비리로 대거 사라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은 금감원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투명성이 높아져 신협 조합장과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이 돈을 유용하는 등의 행태는 많이 사라졌지만 경영이 나빠져 부실이 발생하면 역시 구조조정 수술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위축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승찬 새마을금고연합회 대구지부 총무담당은 "두 개의 금고를 하나로 통합하더라도 나머지 금고 사무실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계속 영업하게 된다"며 "구조조정은 업무 영역을 위축시키지 않은 채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사진 :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서민형 금융기관들은 거세지는 은행 경쟁의 와중에서 틈새시장 공략, '지역 사랑방' 역할 등 활로를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사진은 삼익신용협동조합의 창구 모습.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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