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이잉~ 위이잉…." "치지직~치지직…."
샌더(sander'사포로 표면을 갈아주는 기계)가 토해내는 뽀얀 먼지들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한쪽에서는 용접기가 연방 쏘아대는 파란 불꽃이 튀고 있다.
낙동강이 멀리 내다보이는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 (주)금오조경개발. 농협 대구본부 검사역인 배수철(52'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씨가 1년 반 전부터 다니는 일터다. 그는 월급을 받진 않는다. 매주 토요일만 나와 일하는 '잡부'이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함을 가진 그가 하루 종일 분진을 마셔가며 일하는 이유는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수(14'이하 가명), 정혜(12) 남매를 위해서다.
"2003년 12월 어느 날 이웃돕기 성금모금 방송을 보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마침 주5일 근무제가 시작돼 토요일 하루 만이라도 뜻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25년 지기(知己)인 금오조경개발 곽진섭(50) 사장은 한밤중 전화를 걸어온 배씨의 사연을 듣고 흔쾌히 일자리를 약속했고 그는 난생 처음인 막일을 바로 시작했다. 사무직으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육체적 노동은 '낭만'이 아니었다. 일요일이면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힘에 겨웠고 '사장 친구'라는 마음 부담도 컸다. 그렇지만, 어느새 한수 남매를 생각하면 토요일이 기다려졌다.
일흔을 넘긴 할머니와 함께 대구 화원읍 한 단칸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수 남매는 주위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그가 땀 흘려 번 일당 6만 원과 정성껏 마련한 쌀이나 과일 등은 부인 최종희(47)씨가 대신 전해준다.
"저는 그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세 가족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연탄을 구할 수가 있고 간장뿐인 아이들 밥상에 김치와 고등어라도 올려줄 수 있잖아요. 제 아내도 그 행복감을 함께 맛 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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