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처분은 정말 쉽다. 유죄와 무죄의 증거가 섞여 있을 때 검사는 유죄 증거만 골라서 기소하면 되고, 재판부도 유죄 증거만 골라 유죄로 판결하면 된다. 반면 무죄 처분을 하려면 논문 한 편을 쓰는 것과 같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유죄의 증거 하나하나가 왜 믿을 수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사법제도 수준은 무죄 쓰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사법 후진국을 면하려면 무죄 판결이 쉬워지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 '죄인 열 사람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한 시민을 만들지 말라'는 선진형 인권보장 정신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시스템의 중심에 서 있다.
-고승덕 변호사 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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