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겨울 송당리엔 숨비소리 묻어난다

바람 불지 않아도 중산간 마을 한 녘

빈 텃밭 대숲만으로 자맥질 하는 섬이 있다

대한에 집 나간 사람 찾지도 말라했다

누가 내 안에서 그리움을 굴리는가

마취된 겨울 산에서 빼어낸 담낭결석

눈 딱 감고 하늘 한번 용서할 수 있을까

정월 열사흘 날, 본향당 당굿마당

4·3땅 다시 와 본다, 쌀점 치고 가는 눈발

그렇게 가는 거다, 신의 명을 받아들면

징 하나 오름 하나 휘모리장단 하나

남도 끝, 세를 든 세상, 경단처럼 밀고 간다

오승철 '송당 쇠똥구리'

깊은 봄에 제주를 배경으로 한 겨울노래를 펼쳐 본다.

송당리는 북제주군 구좌읍의 한 마을 이름이다.

멸종위기의 쇠똥구리는 이 마을의 인근 오름 몇 군데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송당은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동검은이오름 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4·3사건 때 해안마을로 소개를 당한 사람들은 빈 텃밭에 대숲만 남기고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런 모진 아픔이 짙게 밴 작품이다.

역사와 이념이 무엇이기에 행복해야 할 민초들이 갖은 고초 끝에 자취 한 점 없이 스러져간 것일까? 이 땅에서 이젠 더 이상 그러한 불행이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되리라.

이정환(시조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