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사람 냄새가 많이 나서 훈훈하다. 눈이 핑핑 돌만큼 빠른 세상 속에 잠시 멈춰 서서 가없는 부모의 사랑과 스승의 은혜, 삶의 선물인 자녀를 생각하며, 서로가 있음에 고마워한다.
'친구의 날'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소중해지는 것이 친구 간의 정이므로.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친구, 어떤 말도 곡해하지 않고, 기쁜 일 슬픈 일에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친구, 내 모든 것을 잃은 후에라도 변함없이 옆에 있어 줄 친구…. 그런 벗 단 1명만 있어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우정을 사람들은 물과 고기 사이의 '수어지교(水魚之交)', 그 사귐이 쇠보다 굳고 난보다도 향기롭다는 '금란지교(金蘭之交'), 심지어 친구를 위해 목도 내놓을 수 있는 '문경지교(刎頸之交)' 등으로 기린다.
'지음(知音)'은 중국 전국(戰國)시대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와 벗 종자기(鍾子期)의 우정을 일컫는 말이다.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뜯으면 종자기는 높기가 태산같다 했고, 흐르는 강물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넘실거리는 강물같다고 했다. 놀러갔다 비를 만나 문득 마음이 슬퍼진 백아가 거문고로 비가 내리는 곡조, 산이 무너지는 소리를 만드니 그때마다 종자기는 벗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그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이제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며 그 줄을 끊어버렸다.
지독한 가난 속에 책 읽기에만 빠져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책만 읽는 멍청이)'라 불렀던 조선시대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우정관도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10년간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쳐서 실을 뽑아 열흘에 한 빛깔씩 50일 동안 오색물을 들이고 봄볕에 말려 아내에게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한 뒤 까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 펼쳐놓고 말없이 마주보다 저물녘에야 돌아오겠다는 거다.
허망한 명리(名利)를 떠나 변함없는 우정을 주고 받는 사이만큼 아름다운 인간관계도 없을 터.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라던 함석헌 선생의 시구처럼, 그대는 그런 벗을 가지셨는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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