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까워진 타이완

타이완이 가까워졌다. 원동항공에서 타이베이와 대구를 잇는 정기선을 매주 2차례(월'목) 취항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천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곧 바로 타이완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992년 단교 이후 거대 중국에 가려 잊혀져갔던 또 하나의 중국, 타이완.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옥황상제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베이 시내에 자리한 고궁박물관 소장품의 대부분은 장개석 총통이 본토에서 탈출하면서 가져온 중국의 국보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장개석 총통이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그 값어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62만점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소장품들은 중국의 송나라 황실에서부터 내려온 역사적 유물들이다. 그 수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전시하기 어려워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바꾸어 전시한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옥, 도자기, 회화, 청동 등 중국 황실에서 사용하던 온갖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은 별관 입구에 걸려진 문구다. 比上帝還精巧? 풀이하면 '옥황상제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이다. 어찌보면 오만한 문구라는 생각도 들지만 별관에 전시된 보물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각이나 도자기, 골동품 등이 너무도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상아로 만든 탑을 대하면 감탄의 정도를 넘어설 정도다. 후문으로는 이 조각을 한 사람은 결국 눈이 멀었다고 한다. 고궁박물관은 내년 5월을 목표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평소 때보다 전시품을 절반도 보지 못한다는 점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연이 빚은 수수께끼-야류해양국립공원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야류는 수만년의 세월 동안 자연의 힘과 침식에 의해 생성된 기이한 바위형상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거대한 계란 모양의 바위가 마음대로 흩어진 이곳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슬리퍼 모양의 바위는 어부들이 승강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갖가지 바위 형상을 구경하다보면 독특한 모양의 바위와 마주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이집트의 여왕 네페르티티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여왕바위로 부른단다.

◆잠깐 둘러볼 만한 도심 속 사찰들-충렬사·용산사

충렬사는 내전과 항일운동 등으로 전사한 군인이나 열사의 영령을 모신 사찰이다. 이곳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위병들의 교대식 때문이다. 40분마다 펼쳐지는 위병들의 교대식은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이곳 명물로 자리잡았다. 입구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위병들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사찰 가장 안쪽에는 군인이나 열사의 흉상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400년 사찰인 용산사는 가장 전형적인 타이완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용 모양과 오색찬란한 기둥들, 금빛으로 새겨진 글귀들…. 멋진 건축양식 자체만으로도 둘러볼 가치가 있다. 단 이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낮보다는 저녁을 택하는게 좋다. 낮에는 사찰이 왠지 허름해보이지만 저녁이 되면 곳곳에서 피어나는 붉은 불빛과 함께 금빛으로 물든 건축물이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찰 안에는 평일인데도 수많은 타이베이 시민들이 향을 사르며 기도를 할 만큼 인기가 있는 곳이다.

◆타이베이 시민들의 영원한 휴식처-중정기념당

장개석 총통은 아마도 타이완에선 전대미문의 영웅일 것이다. 18년간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라는 오명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타이완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등진 1975년 4월 국내외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모아 건립한 것이 바로 중정기념당이다. 총 면적 25만㎡에 달할 만큼 광활한 대지에 30m 높이로 우뚝 쏟은 누각은 타이베이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휘황찬란하다. 기념당 안에는 장개석 총통의 행적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넓은 잔디밭과 잘 짜여진 화단, 두 개의 큰 연못과 운동장, 산책로 등 이곳은 이제 타이베이 시민들의 휴식처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또한 각종 시위와 공연도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고 있을 만큼 타이베이에선 없어서는 안될 시민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야류해상공원에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2.밤이 되면 용산사는 화려한 금빛으로 갈아입는다. 3. 충렬사에선 40분마다 위병 교대식이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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