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혁신 '수퍼밸리의 꿈을 심는다'

민간차원서 '초광역 협력경제권' 구성 활발

구미-칠곡-대구-경산의 첨단IT밸리, 대구-경산-영천-경주-울산의 오토밸리(자동차부품 클러스터), 경산-포항-경주의 나노산업밸리 등 대구와 경북, 경남까지 잇는 초광역 협력경제권(슈퍼밸리) 구축이 민간단위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관할구역 등에 얽매여 있는 행정기관의 한계를 기업·연구기관 등 민간이 극복하면서 혁신작업을 가속화한다는 움직임이다.

◇슈퍼밸리 구상 힘 얻어

11일 관련 업계와 연구소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는 학계·금융계·기업인 등이 참여하는 '(가칭)구미-대구 IT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연구모임'을 결성하기로 했다.

구미와 칠곡·경산을 포함하는 대구권이 하나의 밸리를 형성하는 방안을 민간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

이창용 사무국장은 "지난 2년간 관 주도의 혁신이 많이 이야기됐지만,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면서 "행정과 정치적 이해관계 및 기관 이기주의를 배제한 순수 민간차원에서 구미의 거대 생산기반을 중심으로 먹을거리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도 IT밸리를 추진하고 있다.

DGIST는 13일 '대구경북지역 IT혁신클러스터 추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해 구체방안을 논의했다.

낙동경제포럼도 27일 열리는 정책세미나 주제를 '지방 IT산업 육성방안'으로 정하고 논의에 합류했다.

첨단IT밸리와 대구-경산-영천-경주-울산의 오토밸리(자동차부품 클러스터), 경산-포항-경주의 나노산업밸리 등을 엮어 슈퍼밸리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경북전략산업기획단은 첨단IT밸리를 확장하고, 포항의 나노·소재와 경산·경주의 지식기반, 경북 북부의 한방산업을 하나의 거대한 산업클러스터로 묶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윤칠석 기획조정실장은 "산업→관광·레저→의료(한방)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슈퍼밸리에서 구현해 낼 수 있다면, 대구경북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도 슈퍼밸리 구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후 내년 대선을 통해 후보자 공약 등에서 슈퍼밸리 구성을 확정짓는다는 복안 아래 정책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초광역 경제공동체라야 혁신 성공

슈퍼밸리 추진은 한 지역만으로는 산업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미는 지난해 산업생산 46조5천500억 원, 수출 272억7천800만 달러, 한국 무역수지 흑자(295억 달러)의 54%를 차지한 세계적 전자·디지털산업단지. 올해 산업생산 50조 원, 수출 31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엄청난 생산력에도 고작 4개(전문대 포함)의 소규모 대학과 1개 공공연구기관, 대구경북 전체의 5% 정도인 32개의 벤처기업이 있을 뿐이어서 연구개발기능이 미약하기 짝이 없다.

구미 생산의 70.3%, 수출의 77.2%를 점유하고 있는 44개 대기업 대부분은 R&D와 경영, 기획 등 중추기능을 수도권 본사에 의존하고 있다.

구미를 이대로 두면 LG필립스LCD를 중심으로 한 경기도 파주와 삼성그룹이 첨단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충남 아산이 최첨단 디스플레이 제품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2010년쯤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R&D와 인력양성, 첨단중소기업 유치 및 육성, 중추관리기능을 담당해 줄 후원도시가 절실하며, 이를 초광역 밸리로 엮어야 장래가 있다는 것이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을 포함,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중진국에서도 경제·산업정책에 있어 행정구역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제·산업권을 형성하려면 슈퍼밸리 구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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