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시장 '속쓰린' 실토 왜?

"김일주 전 위원장·개발업자 길씨 만난 적 있다"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 수뢰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서울시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한마디로 이명박 시장의 국면 '정면돌파'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병일 대변인은 이날 발표 첫머리부터 "양 부시장의 혐의 내용은 본인이 계속 부인하고 있고 서울시도 정황상 수뢰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 부시장이 체포되던 지난 6일 이 시장이 "만약 돈을 받았다면 고위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엄벌에 처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데 그치지 않고 이 시장이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구속)과 미래로RED 대표 길모씨를 각각 면담한 사실을 시인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시는 발표문에서 김씨와의 만남은 김씨가 막무가내로 시장실을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그 만남에서 청계천 주변 재개발이나 고도제한 완화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길씨와의 만남도 모 방송사 기자의 주선으로 이뤄졌을 뿐 면담 시간도 짧고 면담 내용 자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길씨와의 연루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시장과 김씨, 길씨 등이 만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먼저 시인한 것은 '면담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조사할 테면 해보라'는 의도를 내비치는 것이다.

특히 시측은 "길모씨의 직업, 과거행적, 주변 인물 평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러운데도 유독 검찰만이 그 신빙성을 인정하고 수사대상을 무한정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양 부시장 등의 구속영장에 신빙성이 부족한 일방적 진술을 토대로 서울시장이 마치 이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명시하고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서울시장을 표적으로 이 사건을 작위적으로 확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표적수사론'을 제기했다.

나아가 "차관급 고위 공무원인 양 부시장을 체포하면서 기관장인 서울시장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 시장에 대한 모독이자 서울시민에 대한 홀대이며 현 서울시장이 여당이 아닌 야당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온 데는 검찰수사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이 시장의 정치행보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합)

사진: 청계천 복원사업 비리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서울 선수단 발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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