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그맨 "협박 못이겨 '노예' 계약"

"비인간적인 처사와 전근대적인 매니지먼트에 시달렸다.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노예문서 같은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SBS TV 공개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중인 스마일매니아 소속 일부 개그맨들이 소속사에 대해 '이중계약'의 해지를 요구하게 된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면계약은 불공정계약이므로 무효라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10일 스마일매니아에 보냈다"면서 "이면계약이 무효화되더라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는 스마일매니아와는 결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택, 정만호, 김형인, 김태현, 권성호 등 스마일매니아 소속 개그맨 12명과 이들의 법적 대리인인 이재경 변호사가 참석했다. 아울러 스마일매니아와의 이면계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했다고 주장하는 개그맨 김재우도 참석했다.

소속사에 이중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에는 모두 14명의 개그맨이 이름을 올렸다. 내용증명 명단에 포함된 이종규 등 3명은 예비군 훈련 등의 이유로 이날 불참했다.

이들은 2003년 SBS 개그콘테스트 본선에 입상한 후 SBSi, 스마일매니아와 3자 계약을 했다. 이후 스마일매니아는 작년 가을 개편을 앞두고 이들과 다시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는데 이들은 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하 관련자 일문일답.

--이면계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 과정은.

▲2004년 6월부터 9월까지 스마일매니아와 해당 개그맨들이 이면계약을 맺었다. 방송출연을 시키지 않겠다는 강압에 못 이겨 계약했다. 내용이나 체결 경위에 문제가 있어 무효라는 내용증명을 스마일매니아에 보냈다. SBSi에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이재경 변호사)

--스마일매니아와 결별한 이유는.

▲약자인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함이다. 사례를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처사를 받았다. 박승대 스마일매니아 대표는 평소 연기자에 대한 폭언을 일삼았다. 우리는 실망을 넘어 좌절한 상태다. 계약기간 15년에 계약금의 지급이 없었다. 체결과정은 더 가혹하고 비인간적이었다. 한 명씩 불려가서 계약했다. 조그만 방에서 계약을 했는데 누구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윤택)

--그래도 이면계약에 서명한 것은 본인들 아닌가.

▲'웃찾사'는 꿈의 무대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막노동 등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인하지 않으면 방송국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니 어쩔 수 없었다. 30년 계약에 계약금 100원을 준다고 해도 사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김태현)

--이면계약이 무효화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스마일매니아와는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다. 지금 당장 결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신뢰관계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다만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는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장 금요일 녹화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하겠다.(윤택)

--이면계약을 거부한 김재우는 어떤 불이익을 받았나.

▲'병아리유치원' 코너를 하다가 이면계약 제의를 받았다. 7차례 거부했다. 거부하자 대학로 공연장에 출입이 금지됐고 방송 출연도 할 수 없게 됐다. 동료와의 교제도 금지당했다.(김재우)

--굳이 기자회견까지 한 이유는.

▲개그맨 후배들도 새롭게 들어오고 있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또 겪을 것이다. 이런 일이 더는 생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김재우)

--이면계약이 미래의 시점부터 발효되는 계약이라 문제가 없다는 박승대 대표의 말에 대해서는.

▲미래 시점에 발효하는 계약도 있고 계약 후 바로 발효하는 계약도 있다. 계약자에 따라 다르다. 또 발효 이후의 내용도 법률상 무효다. 연기자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했기 때문이다.(이재경 변호사)

--박승대 대표와는 언제부터 문제가 생겼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날 수만큼 문제가 쌓였다고 보면된다. 우리는 외부 사람과 마음 놓고 이야기하는 것까지 통제 받았다. 다른 사람과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 불려가서 혼났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새벽까지 전화벨이 울린다. 노이로제에 시달렸다.(김태현)

--3자계약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가.

▲사실 3자계약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리적으로 더 검토해 볼 예정이다. SBSi와도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이재경 변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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