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댐과 착공시기가 비슷한 일본 고쇼댐. 그러나 고쇼댐 건설과정은 쫓기듯 뚝딱 끝내버린 안동댐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몰민 보상부터 댐 완공까지는 무려 15년이 걸렸고 이후 10년간 댐 주변 환경정비와 광역공원화 사업이 진행됐다.
당국은 이 기간 동안 수몰민들에 대한 보상과 생활기반 조성에 최선을 다했고 당국의 이 같은 모습에 신뢰감을 가진 주민들은 댐 완공 후 고쇼호 가꾸기에 적극 동참했다.
이제 주민들은 호반을 즐기며 생활기반으로 삼아 공존해 가고 있다.
모이를 주는 주민들의 뒤를 따라 철새들이 종종걸음을 걷는 고쇼호의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민 위주의 댐 건설
1982년에 완공된 고쇼댐은 일본 이와테현(縣) 모리오카시(市)에서 서북방면 5km 지점에 있다.
길이 327m, 높이 50m, 담수면적 640ha, 총 저수량 6천500만t 규모이며 수몰 이주민은 520가구 2천200명이었다.
댐 착공은 1972년 있었지만 실제 건설사업은 1967년부터 시작됐다.
건설성이 조사사무소를 설치하고 신뢰와 신용을 원칙으로 토지보상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던 것.
보상과 이주민 문제는 이와테현과 댐 건설 예정지 주변 모리오카시, 시츠쿠이시읍(邑) 등으로 구성된 '고쇼 연락협의회'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진행했다.
현(縣) 정부는 대체농지 조성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읍(邑) 정부는 이주민 정착단지 조성을 비롯해 이주민들의 유출 방지와 젊은 세대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위해 생산시설을 유치했다.
이때 설립된 것이 시츠쿠이시읍의 '모리오카 세이코'와 '오사키 일렉트릭' 조립 공장이었다.
모든 보상기준은 4년 뒤인 1971년 확정됐다.
농지를 원하는 농업 수몰민들에게는 대체농지를 제공하는 등 이주민들의 요구가 최대한, 합리적으로 반영됐다.
이와 병행해 1968년 현(縣) 정부 최고책임자와 건설성 지역담당자, 모리오카 시장, 시츠쿠이시읍장 등으로 구성된 '고쇼댐 개발이주협의회'가 설립됐다.
보상 문제 이외의 중요한 지역 농정과 저수지지역 개발 현안 해결을 위한 것.
협의회는 그러나 재원부족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돌파구는 1974년 제정된 저수지지역 개발 특별조치법. 고쇼댐은 이 법의 최초 수혜자였고 이에 따라 '저수지 개발 프로젝트-고쇼댐 환경개발계획'이 1979년 마련됐다.
와카마츠(52) 고쇼댐 관리과장은 "개발은 이와테현 정부가 총괄하고 중앙정부는 기본시설 개발을 수행하는 협력방식이었다"며 "이 같은 노력 끝에 댐 주변은 쓰나기 온천 등 흡인력이 있는 기반을 갖춰 연간 85만 명이 찾는 일본 최대의 댐 주변 휴양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현지를 찾은 수자원공사 정상인 수원개발과장은 이와 관련, "안동댐이 건설될 당시 한국은 국토종합개발정책이 막 시작된 때여서 재정도 빈약했고 댐 건설 경험도 적어 고쇼댐에 비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 개발과 철저한 관리
산정에 백옥 같은 5월 잔설이 덮인 이와테산(岩手山)은 고쇼댐 여수로 제방과 마주보며 황홀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고쇼댐은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
잘 정돈된 고쇼호와 주변 아름다운 산지를 가진 기쁨과 자부심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
댐 관리사무소 입구에서 만난 주민 기요하라(45)씨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짙푸른 호수, 호안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 주변 산지의 울창한 숲은 물론 이를 울타리와 뜰 삼아 들어선 공원과 휴양·레포츠, 체험학습시설과 전원주택은 경탄을 자아내게 할 만했다.
이런 모든 시설들은 댐 건설 때 개설된 호안 순환도로(45km)를 따라 친환경적으로 조성돼 있다.
댐 제방 좌안 도로 초입에는 재개발된 쓰나기 온천. 다음은 자전거 도로, 조정장과 수영장이 있고 대운동장-가족 타운-산림수변공원-미술관-벚꽃원-역사민속자료관-모리오카 지역산업진흥센터 등이 이어져 광역공원을 이루고 있다.
호수주변에 이런 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서면 당연히 호수 수질오염문제가 발생할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와카마츠 과장은 "담수 이후 20여 년간 BOD 등이 모두 기준치 이하 또는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조류 발생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철저한 오·하수처리와 상류 농경지에서의 친환경농업이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민관이 협력해 가꿔 가는 댐
이곳 토박이인 다쿠치(60)씨는 "댐 건설 계획단계부터 건설성과 자치단체,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협의회가 구성돼 댐 건설의 필요성과 지역개발, 환경보전 등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설명을 나누며 지속적으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힌 터라 민원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충분한 보상과 생활여건, 지역경제기반을 제공한 데 대해 주민들은 호수 환경보전 운동 등으로 화답하고 그렇게 가꿔진 호수를 휴양이나 소득원으로 적절히 이용한다.
이런 시스템은 '고쇼댐 비전'에 따라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고쇼댐 비전'은 댐 관리와 함께 주변지역의 자립 활성화를 위한 댐 시설 활용촉진, 환경보전, 유역민들의 연계 방안 등에 관한 종합적 행동계획이다.
수변지역 행정기관, 댐 관리자, 민간단체, 교육·보도기관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과업과 행동지침을 설정한다.
이를 추진하고 실천하는 것은 '고쇼댐 비전 네트워크'다.
이전부터 유사한 활동을 해 오던 댐 주변 주민과 기타카미강 유역권의 시민단체 30여 개가 참여해 지난해 발족한 것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은 철새 모이주기, 호수 상·하류 청소, 풍치림 조성, 수면 감시 모니터링, 호수 관련 세미나 개최, 수원지 투어 기획 등 무척 다양하며 한 달에 한 번 소식지를 발간해 활동내용을 스스로 평가하고 홍보한다.
군지(50) 고쇼댐 비전 네트워크 회장은 "주민들은 댐이 한층 윤택한 삶을 갖게 해준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며 "그런 만큼 댐에 대한 사랑도 커 최근 부녀회원들이 벚꽃심기와 합성세제 덜 쓰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테현에서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협찬 (주)안동간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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