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核, 세계는 걱정하고 韓國만 태평

노무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어제 북한 외무성은 "최근 영변의 5㎿ 원자력 발전소에서 8천 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최단 기간 내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얻는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2, 3기는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 대통령을 수행 중인 반기문 외교장관도 즉각 "비관도 낙관도 할 것 없이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라고 말했다.

그런데 북한 외무성은 폐연료봉 인출을 두고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방위적 목적에서 핵무기고를 늘리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고 있다"며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 수단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이 미국 LA에서 "핵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한 발언이 또 떠올려진다. 여기에 "비관도 낙관도 할 것 없다"는 반 외교의 발언까지 포개져 '북핵'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자세는 한마디로 안개처럼 희뿌옇다.

북한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중국마저 "북한 핵 실험설에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마당에 일부 여당 지도자들은 긴박한 '북핵 문제'를 두고 좌담 등을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이것은 "북핵은 해결되도록 되어 있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국민의 북핵 감지 능력을 마비시키려는 술수로 비쳐진다.

북핵 위기설을 지나치게 남발해 국민을 어이없는 위기에 몰아넣는 것도 안 되지만 애써 축소하려는 분위기 또한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북핵에 대해 세계가 걱정하는데 우리만 태평인 것처럼 비쳐질까 해서다. 정부는 북핵에 대한 '정부의 기조'를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 더 이상 국민들이 쓸데없이 마음 놓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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