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신 기계로 판 인감도장이 인감 복제, 채무변제 악용, 위조도장을 사용한 계약 등 범죄에 쉽게 쓰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 월성동 ㅂ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3억여 원이 들어 있는 통장 11개를 도난당했는데 30대 용의자가 위조 인감도장을 이용, 비밀번호를 알아내 은행에서 4천900만 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달서경찰서는 범죄자가 통장을 훔친 뒤 도장 새기는 곳에서 통장을 보여주고 같은 인감도장을 새겨 위조신분증을 만들어 돈을 빼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미궁에 빠져 있다.
경찰관계자는 "통장분실 사실을 알고 신고하는데 걸리는 1~2시간 이내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계로 똑같은 인감도장을 새겨 예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손으로 새긴 인감도장에 비해 범죄를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개인간 채무관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잦다. 전창진(49·가명·북구 원대동)씨는 도용된 인감도장으로 작성된 채무변제증서 때문에 집 주인으로부터 전세금 2천여만 원을 받지 못하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전씨는 3년전 주인 김모(50)씨에게서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고 보름쯤 뒤에 돈을 받기로 약속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찾아가보니 주인은 '돈을 줬다'며 인감도장까지 찍힌 채무변제서를 내밀었던 것.
대구경북인장인협회 임상태(60) 지부장은 "요즘 들어 손으로 직접 새긴 인감도장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40, 50대 이상에겐 인감도장이 각종 계약의 효력을 입증하는 표시"라며 "인감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계식 인감도장의 폐해를 막는 적절한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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