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댄스의 에로

춤은 섹스의 또다른 표현

10여 년 전, 어느 춤의 고수를 만났다. 속칭 '제비'다. 그는 죄질이 나빴는지, 아니면 운이 나빴든지, 그때 막 교도소에서 나온 모습이었다. 전의(?)를 불태우며 다시 강호로 나갈 참에 우연히 생면부지인 필자에게 춤 세계를 설파하게 됐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춤은 섹스하고 똑 같아"라는 말이다. 그의 말로는 섹스의 동작이 춤의 동작과 너무 똑같다는 것이다.

"처음 만나 손을 잡고, 그 다음에는 허리를 잡고 아랫도리를 맞추고, 밀고 당기는데… 호흡까지 섹스 할 때처럼 맞춰야 하거든…".

"춤은 섹스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춤바람'의 위험성과 중독성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춤만 추면 섹스가 연상되는 '병'에 걸렸다.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추는 장면도 그렇다. 온갖 풍상을 겪은 전역군인이 '자살 여행'에서 만난 여인에게 탱고를 제안한다. 그는 장님이다. 그러나 능숙한 춤 솜씨에 '미지의 여인'은 녹아들고, 관객들도 짜릿함을 느낀다.

가브리엘 앤워가 알 파치노의 다리를 꼬는 자세에서 춤이 끝나는데, 그 예쁜 장면이 침대에서 뒹구는 남녀의 체위와 오버랩되는 것도 그 '제비' 때문이다. '플래시댄스'(1983년), '더티 댄싱'(1987년)을 시작해 최근의 '허니'(2003년), '더티댄싱-하바나나이트'(2004년)까지 춤 영화의 코드는 '인간승리'와 '섹시'다.

아이린 카라의 'What a Feeling'이 전국의 라디오와 음반 리어카에서 울려 퍼지던 때가 있었다. 경쾌한 그 리듬과 함께 떠오른 것이 '플래시댄스'의 제니퍼 빌즈 춤이다. 그녀는 4천명의 경쟁자를 뚫고 주인공을 따냈다.

피츠버그의 제철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18세 소녀 알렉스 오웬스(제니퍼 빌즈). 밤에는 나이트클럽의 플로어댄서로 일한다. 험한 제철공장의 술 취한 일꾼들에게 섹시한 춤과 몸매를 보여주는 것이 일이다. 그러나 댄서로서의 꿈을 키운다. '나인 하프 위크', '위험한 정사', '언페이스풀' 등 야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여류감독 애드리안 라인의 작품이다. 그녀는 제니퍼 빌즈에게 최대한 섹시미를 가미했다.

헐렁한 상의에 타이트한 하체를 강조해 미끈함을 강조했다. 제니퍼 빌즈는 음험한 수컷들 속에서 피어난 청순한 들꽃이다. 그래서 모두 그 들꽃을 꺾고 싶고, 따고 싶어야 했던 것이다.

'더티댄싱'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금기였던 야한 춤, 더티댄싱을 소재로 하고 있다. 더티 댄싱을 즐기는 청춘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고 하지만, 이 영화를 요약하면 춤 선생(패트릭 스웨이지)이 17세 소녀(제니퍼 그레이)를 유혹(?)해 벌이는 춤을 빙자한 야한 로맨스가 줄거리다. 요즘 클럽에서 유행한다는 '부비부비춤'의 원조일까. 서로 몸을 부비면서 즐기는 야한 포즈와 숨 가쁜 율동이 전편을 흐른다.

야한 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살사댄싱', '열정의 람바다' 등 더욱 노골적이며, 더욱 화끈한 영화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말이 춤이지, 서서 벌이는 섹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살짝 살짝 비치는 팬티라인과 이를 움켜쥐는 남자의 거친 손길이 선정의 도를 넘는다.

춤 영화가 다 야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개봉된 '댄서의 순정'은 순전히 전 국민의 여동생 문근영을 위한 영화다. 언니 대신 한국에 온 연변 소녀가 춤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댄서 파트너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문근영이 아니었다면 원래 야한 장면도 있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문근영의 순수한 이미지를 위해 이를 저지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춤이 아니라, 문근영의 동작만 있는 춤 영화가 되고 말았다.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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