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 식자층에선 대구·경북을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한다.
'현 정부 들어 대구·경북은 되는 게 없다'는 자조(自嘲)의 목소리다.
타시도에선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한창인데도 대구·경북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 모조리 대구·경북을 비켜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청권에 11조3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을 쏟아 붓는다고 한다.
전남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영암과 해남지역에 세계적 복합관광레저도시를 꿈꾸고 있다.
인천의 경제자유구역과 송도청라지구 개발사업도 5조∼6조 원이 들어간다.
부산도 부산신항건설사업에 5조 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되고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 건립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아무 것도 없다.
현 정부 들어 대구·경북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추진했던 한방바이오밸리도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좌절됐고 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했던 양성자가속기 사업도 원전센터와 연계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으로 무산됐다.
대구시의 지하철3호선 건설도 사업타당성이 없다며 정부가 왼고개를 틀고 있다.
경북도가 사활을 걸었던 경주 태권도공원 유치도 실패했다.
그나마 기대했던 공공기관 이전도 자칫 빈 껍데기만 지역에 올 공산이 높아졌다.
12일 정부 여당이 토지공사는 부산, 도로공사는 경남, 주택공사는 광주 이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엔 덩치가 작은(?) 광업진흥공사가 검토되고 있단다.
최근 '기피시설'이라도 유치, 지역 발전을 꾀해 보자며 경북 동해안지역 지자체들이 원전센터 유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눈물 겹기조차 하다.
지난 4·30 영천 국회의원 재선거 때 지역 단체장들은 한 가닥 희망을 품었었다.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앞서 나갔고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어느 단체장은 영천에서 제발 물꼬만이라도 터 줬으면 하는 바람을 사석에서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 지역 한 단체장은 현 정권의 실력자에게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간절하게 호소하며 매달렸다.
그러자 "뭔가 화답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 탈당을 시사하는 바람에 맥 없이 물러 나오고 말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에 조금도 예쁜(?) 구석이 없는데 참여정부가 뭐가 답답해 떡 갈라주듯 국책사업을 나눠 주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현 정권 수뇌부에 지역 출신 인사들도 더러 포진하고 있지만 이들의 말발(?)과 힘 갖고는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는 386세대들에겐 별로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시, 도민들은 지역발전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번 영천 재선거에서 비록 간발의 차이로 떨어지긴 했지만 산업형 기업도시를 유치, 5년간 1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여당 후보에게 48.7%의 높은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내면 정부도 뭔가 달리 대하지 않겠느냐는 속내를 그대로 내보인 것이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DJ정권 때만 해도 광주의 광산업, 부산의 신발산업,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 등 그나마 지역 안배 차원의 대형 사업이 이뤄졌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미운 자식'한테는 아예 떡 한 조각도 나눠 주기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비록 '호남 홀대론'이 없진 않았지만 3공화국 시절부터 5, 6공까지 지역 출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표를 주지 않은 지역이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외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밉지만 차별한다는 의식은 들지 않게 각종 지역 사업을 배분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오히려 역 차별론이 나올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한나라당만을 사랑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이젠 지역에서도 그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부르짖는 참여정부가 자신들을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대구·경북을 대놓고 배제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홍석봉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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