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배영식(裵英植) 이사장은 재정경제부 근무시절 '가장 닮고 싶은 직장 상사'를 뽑는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다.
비결이 뭘까. '지위가 낮거나 나이 어린 후배라도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견을 들어 준 덕택'으로 본다.
2년 전 이사장 취임식에서 그가 한 말도 "수요자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자"였다.
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의 경영철학 역시 겸양지덕(謙讓之德), 역지사지(易地思之), 인사만사(人事萬事)였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에서 당시 전윤철 경제부총리에게 훌륭한 경영자를 보내 줘 고맙다는 편지와 과일 바구니를 선물했던 일화는 그의 사람됨을 알게 한다.
목표와 비전을 먼저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다 보니 노조도 불안을 떨칠 수가 있었고, 믿고 따르게 됐다.
그렇다고 마냥 사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할 룰은 확실히 지키도록 한다
지위를 이용해 장난을 치다가는 용서가 없다.
직원들에게 자주 "기업이 있기에 기금이나 기금인이 있다는 생각을 실천하자"고 당부한다.
시혜자의 자세를 버리고 고객 입장으로의 의식전환을 강조한다.
출장 상담제나 사전예약 미팅제는 그래서 나온 제도다.
상담시간이 길어지면 주차요금을 대신 물어준다.
금융기관 중에서는 신용카드로 수수료를 받는 제도를 가장 먼저 실시했다.
덕택에 그가 취임한 후 '한국경영생산성 대상 공기업부문 종합대상'을 비롯해 '신노사문화대상' '공공기관 청렴도 우수기관' '고객만족서비스 혁신부문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지난 76년 설립 당시 1천억 원에 머물렀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규모는 작년 말 25만 업체에 34조 원으로 늘어났다.
신용보증의 특성상 사고는 불가피하고 보증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사고액도 커졌다.
그러나 "손실이 겁이 나서 보증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손실이 크다는 지적은 숲을 보지 못한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성주 월항면 출신으로 경북고와 성균관대를 나왔다.
행정고시 합격 후 초임 사무관을 전매청에서 시작, 곧바로 경제기획원으로 옮긴 뒤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29년 공직생활 중 7년은 미국과 영국에서 보냈다.
미국 '중소(中蘇)문제연구소'에 파견됐을 땐 '한소경협의 정치적 의미'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할 때 엄청난 규모의 단기외채를 중장기로 전환시켰던 일을 보람으로 기억한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등 고시 동기는 물론, 말이 통하는 지인들이 현 정부 요소요소에 흩어져 있다.
그 때문에 단체장 등으로의 변신 가능성을 점치는 이가 있지만 "나는 아직 아니다"고 한다.
주말은 경기도 덕소에 있는 집 부근 텃밭에서 농사짓는 재미에 빠진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이유를 "친구 좋아하고 직장 내 분위기를 살리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저녁 약속이 적잖고 마셔야 할 때는 마신다.
몸 생각하면 나쁠 수도 있지만 땡하면 집에 가는 일이 삶의 질로 볼 때 현명한 방법으로 보이지는 않는단다.
논설위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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