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최고의 가게

김용범·이기창 지음/흐름 출판

'이명래 고약'은 지난 세기 모든 피부병의 만병통치약이었다. 노란 기름종이에 싸여있는 까만 고약을 환부에 붙이면 종기의 고름은 쏙 빠지고 상처가 아물었다. 19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한국인의 부스럼을 책임졌던 '이명래 고약'은 1970년대 이후 항생제와 설파제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명래 고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반 약국에서 판매되지 않을 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명래 한의원'에서 장인의 대를 이은 임재형 원장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고약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한국 최고의 가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소점포와 중소기업 35곳의 경영 스타일과 장수 비결을 다룬 책이다. 최소한 50년 이상 세월의 풍상을 헤치고 2대 이상에 걸쳐 생존한 노포(老鋪)를 대상으로 삼았다.

89년 전통의 종로양복점도 한우물 정신의 마케팅이 성공한 또 다른 예다. 1916년 조선 왕실의 후예인 이두용옹이 창업한 이 가게는 1980년대에만 해도 매달 200~300벌을 제작했다. 비록 1990년대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지만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경주씨는 4대째 대물림을 성공적으로 이뤄 2016년에 100주년 기념식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 책은 변화의 해일과 세월의 풍상을 극복하려면 전문화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창영 갓방', '지산공예', '청진옥', '구하산방', '원조낙원떡집', '단성사' 등 변하더라도 핵심과 원칙은 지키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자부심을 갖고 명품만을 고집하면서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