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지역의 완고한 남성중심 문화에서 변화를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이 갖는 특성이라고 하더라도 대구·경북만큼 가부장적 권위를 중시하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여성 향토인들에게서 그런 분위기가 통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우먼 파워'는 다른 지역에 견줘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정치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인지 정계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17대 국회의원만 해도 전국구를 포함, 6명이다.
전국 243개 지역구에서 여성의원은 9명에 불과하지만 이중 지역출신 의원은 박근혜(朴槿惠·53·대구 달성), 전재희(全在姬·56·경기 광명을) 등 두명이나 된다.
전국구 의원 중에도 열린우리당 장향숙, 한나라당 박순자·송영선,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4명이 있다.
전직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여성 정치는 향토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토 출신 '맹렬 여성'들은 정계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관·재계를 비롯해 학계와 예술계 등에 두루 포진해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을 보면 지역출신 여성들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정계에는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중심 인물이다.
제1야당의 대표로 대권을 향해 내달리고 있어 여성으로서는 최고 주목대상이다.
98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해 15,16,17대 국회 3선 의원이다.
전재희 의원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구여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나온 재선의원. 초대 경기 광명시장을 지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경기지사를 노릴 정도로 야망이 크다.
경북 영주 출신인 장향숙(張香淑·47)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장애인 배려 케이스로 전국구 1번에 배정해 17대 국회에 들어왔다.
기독교 청소년선교회 지도교사로 시작해 20년 이상 장애인 활동을 벌여 장애인의 대모(大母)로 통한다.
또한 한나라당에는 송영선(宋永仙·52), 박순자(朴順子·47) 의원이 전국구 의원으로 있다.
경북 경산 출신인 송 의원은 경북여고· 미국 하와이대를 나온 뒤 국방연구원과 안보전략연구센터 센터장을 지내 여성으로서는 보기드문 국방통이다.
박 의원은 경북 군위출신으로 경기 도의원을 거쳐 국회에 들어왔다.
민주당 손봉숙(孫鳳淑·61) 의원은 영주여고· 이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후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케이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치개혁시민연대, 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과 인연을 맺었다.
전직 여성의원들 중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인사들이 많다.
13대 의원을 지낸 도영심(都英心·58)씨는 현재 외교통상부 관광스포츠 대사를 맡고 있다.
지역에서는 민정당 사무총장을 지낸 권정달 전 의원의 부인으로 더 잘 알려진 도씨는 UN산하 세계관광기구(WTO)가 만든 빈곤퇴치기구 STEP(Sustainable Tourism For Eliminate Poverty)의 한국본부 책임자까지 맡고 있다.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도씨는 국내 거주 외국 대사들과 깊은 유대를 갖고 있어 외국대사 부부의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관광상품화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14,15대 의원을 지낸 대구 출신 주양자(朱良子·74)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출신으로 민자당, 신한국당, 자민련을 거쳐 DJ 정부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70대의 고령임에도 한·몽골협회, 라이온스, 민주평통 등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또 포항 출신인 이영희(李寧熙·74) 전 11대 의원은 한·일친선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0년대 여류문인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경제계에서는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선정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기업인'으로 뽑힌 성주 인터내셔널의 김성주(金聖株·49)사장을 꼽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1년에는 아시아위크지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7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 출신으로 이화여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온 후 미국 하버드대학원을 수료했다.
향토기업인 대성그룹 김수근 회장의 막내딸로 지난 89년 대성산업 패션사업부에서 일을 시작한 뒤 91년 성주인터내셔널을 설립해 독립했다.
소니아 리켈, 입생 로랑, MCM 등 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파는 그의 회사는 93년과 96년 두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으나 한 건의 탈세 사실도 적발되지 않아 투명경영의 대명사가 됐다.
문화계에서는 백혜선(白惠善·41) 서울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대구 출신인 백 교수는 피아니스트로는 백건우 다음으로 통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다.
지난 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연주자로는 최초로 우승해 그 해 서울대에서 최연소 교수로 초빙됐다.
미국 뉴잉글랜드음악학교(New England Conservatory of Music) 피아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올 한 해는 휴직기간이라서 미국에서 연수 중이다.
김복희(金福喜·57) 한양대교수는 무용계에서 현대춤으로는 독보적 존재로 통한다.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김복희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여고와 이대 무용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연대, 한양대와 원광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 지난 75년부터 한양대에 몸을 담고 있다.
김성희(金星姬·55) 화가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인전만 15회를 가진 서양화 부문의 대표적 화가다.
서울 송파구 화실에서 작품활동에 전념하면서 최근에는 시집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들'을 냈다.
신명여고와 영남대 미대를 졸업했다.
언론계 인사로는 홍은희(洪垠姬·50)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있다.
경북 영풍 출신으로 경기여고와 연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
중앙일보 출판국 수습으로 언론계 첫발을 디딘 뒤 문화부, 생활과학부장을 지냈다.
한국여기자클럽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여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다.
조은희(趙恩禧·44) 전 우먼타임즈 편집국장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북여고와 이대 영문과를 나왔다.
DJ 정부 초기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지냈다.
2002년 우먼타임즈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객원 연구원으로 1년간의 유학생활 중이다.
안동 출신으로 대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남영찬 현 SK Telecom 부사장이 남편이다.
관계에는 김송자(金松子·55) 전 노동부 차관을 꼽을 수 있다.
69년 총무처 입사 후 노동부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지난 2001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동부 차관에 임명됐다.
현재는 민주당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경북여고와 고대 법학과를 나왔다.
양승주(梁承周·45) 노동부 고용평등국장은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부인이다.
대구에서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03년 노동부 개방형 국장직 모집에 응모해 현직으로 왔다.
이대 사대 영어과를 졸업했으며 김 교수와는 지난 84년 결혼한 후 대구에서 생활해 왔다.
구미 출신의 박영숙(朴英淑·50) 호주대사관 공보실장은 미국의 유학생활 동안 최대 우호국인 미국을 접한 데 이어 영국대사관 공보관을 거쳐 현재는 호주대사관에 있는 외교통이다.
최근에는 한국 수양부모협회 회장을 맡아 사회봉사 활동도 겸하고 있다.
현 정권 실세와도 교분이 두터운 '마당발'로 통한다.
최은순(崔銀純·39) 국민고충처리위원은 경북 영천 출신이다.
현 정권 들어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비서관, 민원제안비서관을 지냈다.
대구 신명여고와 고려대 법학과, 일본 동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법조계 인사로 김덕현(金德賢·47) 변호사는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위 가장 잘나가는 여성 변호사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과는 대학동기다.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후 의정부 지원과 서울민사지법 등을 거쳤다.
86년 변호사 개업해 여성변호사회장을 지냈다.
이명숙(李明淑·42) 변호사는 여성부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으면서 호주제 폐지활동에 앞장섰다.
여성법률상담소, '여성의 전화' 이사 등을 맡으면서 여성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신명여고를 나와 이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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