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5살 미모의 아가씨 소장님

"제 손길 가니 동네가 아기자기해졌대요"

"여자 관리소장이 오고부터 아파트가 더 아기자기해지고 관리비도 적게 나온다고 입주민 모두가 좋아하세요."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의 시지유성 랑스빌 아파트 관리소장 손근혜(25·여)씨. 나긋나긋한 웃음을 띤 앳된 얼굴의 손 소장을 만나는 순간 아파트 관리소장하면 으레 떠오르는 '중년 아저씨'라는 고정관념이 확 달아난다.

손 소장은 자신이 속해 있는 아파트 관리업체의 직원 36명 가운데 최연소이고 대구에서 몇 안 되는 여성 관리소장이다.

75가구 2개 동, 지은 지 2년 된 이 아파트에서 손 소장은 꼭 1년째 입주민들의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

의무가구(150가구)가 아닌 작은 아파트이다 보니 주민들과 직접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아파트내 주차난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당장 대안을 마련해야 했죠."

그는 지난 4월 이곳에 배치 받자마자 고질적인 주차난부터 해결해야 했다.

주민 차량은 120여 대나 됐지만 주차공간은 75면에 불과했던 것. 고육지책으로 집집마다 1장씩 주차스티커를 발부했지만 오후 퇴근시간 때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졌다.

손 소장은 스티커가 없는 차량은 아파트내 주차금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불법 주차차량'에는 경고장을 붙이고 게시판에도 차량번호를 적어 붙였다.

주민들의 거센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두 달간 집집마다 방문해 양해를 구한 끝에 지금은 퇴근시간대도 4, 5면이 남는다.

전문기사가 없어 옥상 물탱크 청소 때마다 멀쩡한 물을 버려야 했던 것도 손 소장이 경비직원에게 기술을 배우게 해 해결했다.

덕분에 공동 수도료 14만~15만 원이 절약됐다.

매월 5만~6만 원씩 나오던 관리사무소 전화비도 절반으로 줄였다.

손녀뻘 되는 손 소장을 깍듯이(?) 모시는 경비원 이상목(69)씨는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늘 웃는 얼굴로 해결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며 추켜세웠다.

손 소장이 아이디어를 내 아파트 승강기에 게재한 '오늘의 시'는 입주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주민들과 사이가 좋아지다 보니 반상회에도 꼭 불려가고 관리사무실은 주민들이 선물로 준 야채나 먹을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대구대 부동산학과 1회 졸업생인 손 소장은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빌딩관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요즘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일 처리가 섬세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 관리소장을 원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어요. 살림은 원래 여자몫이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사진설명 - 수성구 시지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손근혜씨. 이 분야 최연소인 손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직업에 여성진출이 더 늘 것이라고 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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