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같은 선생님께 들꽃 꺾어 한아름을"

영주 부석초등 남대분교생들

소백산 뒷자락에 박혀 있는 영주 부석초교 남대분교. 하늘 아래 첫 초교에는 전교생 4명과 하루종일 뒹구는 '아빠 선생님'이 있다.

남대초교에 부임한 지 9개월째를 맞이한 김창길(47) 교사. 그는 이곳에서 '선생님'이기 이전에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다.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는 이석현(11), 유현(10) 형제에게는 함께 목욕도 가 주고 업어주고 안아주기도 하는 더 없이 좋은 '아빠'다.

이들은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빠가 할머니에게 맡기는 바람에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선생님에게서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다.

지난 11일, 아이들과 선생님은 꼬불꼬불한 산길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학교로 달려가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은 본교(영주 부석초교)에서 수업을 받는 날이라 산아래 마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석현이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본교에 다녀오는 수요일은 마치 소풍가는 날 같다"며 "친구들도 많고 학교 앞 문구점에서 장난감과 군것질거리도 살 수 있어 신난다"고 했다.

마침 이날은 아이들이 난생 처음 상장을 받았다.

은경이는 교내 글라이더 만들기 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흔들며 "선생님이 가르쳐준 덕분"이라고 자랑을 해댔다

학교에는 정해진 수업시간이 있지만 남대분교가 문을 닫는 시간은 '해가 질 때까지'다.

딱히 놀 거리가 없는 산골에서 학교가 가장 좋은 놀이터기 때문. 학교에서 하루종일 떠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동네에서 하나뿐인 구멍가게의 과자를 죄다 교사 사택에 옮겨 놓았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간식 주세요"란 말보다 "선생님, 간식 주세요"란 말이 더 익숙하다.

"선생님요? 정말 좋아요. 아무리 장난을 치고 뛰어놀아도 화내거나 야단치지도 않아요."

도시에서 산골분교로 전학온 지 1년 남짓인 유현이는 처음에는 게임방과 놀이터가 없는 곳이라 무척 심심했지만 이제는 하루종일 산으로 들로 함께 다니며 이것 저것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있어 더 즐겁다고 했다.

스승의 날, 유현이는 아껴뒀던 볼펜을 선생님께 선물할 예정이고 은경이는 개불주머니며 민들레 같은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선사할 생각에 부풀어 있다.

김 교사는 "기념일이 따로 있나요? 제자와 스승이 서로 사랑을 전하는 날이 언제나 스승의 날이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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