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경찰청을 방문한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최근 불거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과 관련, "검찰의 약점을 잡고 싶어도 경찰은 수사권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검찰이 경찰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이 잦았다'는 기자들의 말에 "검찰이 경찰의 약점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답했다.
이날 대구경찰청을 방문,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 청장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차분하고 여유있게 경찰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은 50여 년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고 밝힌 뒤 일본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발생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우리와 달리) 일본 경찰은 이 문제에 대해 바로 해결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많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허 청장은 또 국회 법사위에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관련법 통과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언론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 뒤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말할 때는 '검찰의 과도한 권력은 견제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밖에만 나가면 입을 닫는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검찰 눈치'를 보는 유력 인사들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허 청장은 이에 앞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교인 경북고를 방문, 일일 명예 교사로 나섰다.
경북고 53회 졸업생인 그는 모교에서 후배 학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가 돼 경찰이 적극 나서고 있는데 경찰청장이 나온 모교인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통해 이웃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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