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키와 자니'라는 영화가 있다.
미셸 파이퍼와 알 파치노가 식당의 여종업원과 요리사로 나오는 영화인데, 40대 전후에 찾아 온 뒤늦은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연인의 이야기다.
두 사람 다 한 번씩 결혼에 실패하고 다시 시작한 사랑이라 참 많이도 주저하지만, 모든 로맨스 영화가 그렇듯이,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매듭지어진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참 지겹게 들었던 이 영화 '프랭키와 자니'의 마지막 장면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여주인공 프랭키가 닫힌 마음을 열고 자니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그들은 새벽 창가에 앉아 함께 이를 닦는다.
그리고 프랭키의 한마디. "내 나이는 서른여섯이에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프랭키는 상대에게 자신의 나이를 속인다.
자기 나이를 정확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나를 완전하게 열어보이겠다는 제스처인 만큼, 프랭키는 자니에게 자기 나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제 소망은 나이를 속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젊음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열광하는 우리는 종종 '나이 들어 보인다'라는 말을 무슨 저주처럼 받아들인다.
'어려 보인다'라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생각하고, 어찌됐던 간에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기가 몇살인지, 상대의 나이는 얼마쯤 되는지를 적당히 모른 척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얼마 전 아는 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여자들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스스로를 노처녀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나 내 주변의 나이든 남자들은 스스로를 노총각이라고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그에게 영화 '프랭키와 자니'에 나오는 대사를 알려줬다.
'나이 따위는 속이지 않는' 사람이 되려는 여자들이 많아진 모양이라고.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고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가 몇살인지 정확하게 말한다는 것은 그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해버리면 어떨까? 내 나이만큼의 숫자를 내뱉는 순간, 나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릴 수도 있을테니.
대구MBC 구성작가 이진이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이낙연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은 이재명 아닌 다른 인물 후보로 내야"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