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려진 곳 숨은 이야기-경북도청

대구 명당에 자리잡은 '경북'

대구에는 '경북'도 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1445의 3. 경북도청사가 바로 '대구 속의 경북'이다.

대구·경북민의 강한 유대감과 공동 의식의 저변에는 대구 시내에 자리잡은 경북도청도 기여를 하고 있다.

대구 최대의 관공서 타운이라 할 수 있는 경북도청사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대구 최대의 관공서 타운

경북도청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앞으로 신천이 흐르고 뒤에 산이 있다.

대구의 남북 중심축인 중앙통을 타고 북쪽 끝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도청사에서는 대구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도청의 부지 면적은 38필지 4만2천49평이다.

이 중 대부분인 29필지 3만8천581평은 도청 소유이고 나머지는 도교육청과 건강협회 및 국가 명의로 돼 있다.

도청 안에는 대구시가 소유한 1필지 769평(도로)도 있다.

도청 부지 안에는 40동의 건물이 빼곡하다.

경북도와 도의회,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도교육청, 도 경찰청, 새마을운동본부 경북지부, 건강관리협회경북지부, 통계청 경북통계사무소, 경북선관위 등 관공서만 10여 개. 농협, 제일은행, 우체국, 도로교통안전협회, 한국보이스카웃연맹 등도 입주해 있다.

관공서가 많다 보니 근무하는 사람도 2천150명이나 된다.

이 중 절반 가량인 1천69명은 도청 직원이다.

도청 부지에는 전시 비상 공간인 충무시설도 있다.

1970년에 지어진 충무시설은 개토식 지하 아치형 벙커로 667평의 면적 안에 440평의 사무실과 227평의 복도가 있다.

300명이 동시에 근무할 수 있다.

뒤편 동산 위에는 도지사 공관이 도청을 내려다보고 있다.

1천592평의 대지에 연면적 237평의 지하 1층 지상 2층 양옥건물로 1980년에 지어졌다.

방이 6개 있는데 현재 이의근 도지사 내외가 살고 있지만,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구에 내려올 때면 숙소로 사용돼 '지방 청와대'라 불렸다.

1980년대 초반 당시 운동복 차림을 한 전 전 대통령이 예고없이 등장해 공무원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 전 대통령이 묵었던 2층 방과 거실은 대통령이 묵었다는 이유로 한동안 비워놓았다가 요즘엔 이의근 도지사가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지어졌나

경북통계연보를 보면 제10대 김인 도지사 시절인 1966년 4월 1일 대구시 중구 포정동 2(현재 경상감영공원)에서 현 위치로 도청이 이전했다는 기록이 짤막하게 언급돼 있다.

당시 경북도청 본관은 최첨단 설계기법이 동원된 건물이었다.

영남대 정경운 교수(지난 2월 작고)의 작품으로, 규모나 형식 면에 있어서 당시 관공서 건축의 대표작이었다.

북한 출신인 정 교수는 구 국세청(현재 밀리오레 자리)과 대구은행 본점, 제일모직 공장 등을 설계한 대구 현대건축의 1세대다.

경북도청은 도청교의 진입 축에서 우측으로 살짝 비켜서 있다.

신천을 마주하면서 멀리 가창까지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길을 따라 도청에 들어서면 건물의 상부부터 조금씩 다른 각도로 보이다가 전면 광장 입구에 도착하면 비로소 건물 전체가 시야에 다 들어온다.

이른바 '시퀀스' 기법이다.

시퀀스 기법은 국가 주요시설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경북대 이정호 건축학부 교수는 "도청 본청은 균형감과 근사대칭, 배치개념·건축개념이 유기적으로 조화된 당시 최고의 첨단 디자인"이라며 "이 건물이 일본의 겐조당케가 설계한 가가와현 청사(1958년 건축)와 형태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육관도사로 잘 알려진 고 손관우 선생은 자전적소설 '터'를 통해 경북도청 이전 문제가 제기됐을 때 자신이 산격동 현재 부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김인 지사에게 강력히 추천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곳은 경상감사가 배출될 명당이기에, 도청이 들어서면 많은 인재들이 배출돼 국가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며 김 지사를 설득했다고 그는 '터'에 적어 놓았다.

◇도심 속 공원이 따로 없다

경북도청 부지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도심 속 녹지 공간이다.

58종 총 1만100여 그루의 나무가 도청을 푸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히말라야시더, 무궁화, 느티나무, 백일홍, 개나리, 벚나무 등이 철마다 지천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향기를 발산한다.

도청의 상징나무처럼 인식되던 히말라야시더는 한때 500여 그루나 있었지만 2003년 태풍 매미 때 300여 그루가 쓰러졌다.

또한 도교육청 진입로 앞에 일렬로 선 메타세쿼이아는 도청 부지 안의 숨겨진 명물 중 하나로 꼽힌다.

도청 뒷동산 6천여 평에는 7천7여 그루의 나무와 8천700여 본의 초화(草花)가 있는데다 산책로 운동기구 등을 갖추고 있어 인근 시민들이 즐겨찾는다.

또한 세심정 등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소풍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심각한 주차난

워낙 많은 관공서가 들어찬 데다 민원인도 많아, 주차난이 심각하다.

총 923면의 주차공간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민원인 대부분이 경북 사람들이어서 차를 이용해 도청을 찾지만 주차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병우 경북도 자치행정국장은 "1986년 당시 도청에는 관용차 40대를 포함해 60여 대밖에 없었다"며 "도청 부지가 넓지만 급증하는 차량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병직 청사관리담당은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1천450대가 도청에 주차하고 있다"며 "차량 10부제는 물론이고 과별로 '차 없는 날'을 운영하고 민원인 주차장에 공무원 주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했다.

한편 경북도청의 이전 문제는 구미·안동·영천·의성 등 도청 유치를 희망하는 도내 4개 시·군의 유치 경쟁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현재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