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 차관급회담 의제와 전망

▨ 의제와 전망

16일부터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진행될 남북 차관급 회담의 주의제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핵 문제, 비료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다.

당국 간 회담이 10개월가량 중단됐던 만큼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그동안 중단됐던 장관급 회담의 재개에 초점이 맞춰지고 북핵 문제는 현재 중단돼 있는 6자회담 재개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인도주의적 문제에서는 비료 지원 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남북관계 정상화=최우선 협의사항은 지난해 5월 제14차 회담을 끝으로 중단된 장관급 회담의 재가동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정상화 방안이다.

특히 우리 측은 그동안 남북 당국 간 회담이 북핵 문제는 물론, 남북 간의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해 왔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세부적 방안 뿐 아니라, 제도화 문제에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5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남북 장관급 회담이 3차례 중단된 바 있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에 '온-오프(on-off)'가 없도록 남북관계를 정상화·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그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난 10개월간의 당국 간 회담 중단으로 북측 역시 별다른 실익을 얻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곤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할 때 호응해올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남북관계의 제도화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장관급 회담을 그동안 14번이나 한 것도 그(제도화의) 기반이 되며, 북한이 대화 중단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점도 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차관급 회담에서는 작년 8월 3∼6일 서울에서 열리고 합의했다가 무산됐던 제15차 장관급 회담을 언제, 그리고 무엇을 논의할지가 최우선 협의과제다.

이번에 북측을 만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안하면 제15차 장관급 회담 일정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고려하면 이달 내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남북장관급회담 북측대표단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14일 전화통지문에서 6·15공동선언 5주년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려는 염원에서" 실무회담을 제의한다고 밝힌 것이 그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 연초부터 북한이 당국 간 회담의 중단 이유로 삼은 조문 불허, 탈북자 집단입국 등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표류어선 송환, 비무장지대 내 우리 측 헬기 진입 허용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도 장관급 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또 남북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장성급 회담, 적십자 회담 등도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 재개할지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이번 차관급 회담에서 남북관계 정상화가 최우선 협의사항이기는 하지만, 현재 중대국면에 처한 북핵 6자회담 문제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줄기차게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재개를 촉구해 온 것도 사실은 북측과 '탁 터놓고' 북핵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2년 10월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 보유'를 주장하면서 발생한 제2차 북핵 위기에도 불구, 그동안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 전략을 견지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북-미 간 첨예한 대치로 6자회담이 작년 6월 이후 11개월 가까이 중단되고, 이에 부시 행정부가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의 속도조절을 기회 있을 때마다 요구해 왔는데도 불구, 우리 정부는 남북경협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던 게 사실이다.

차관급 회담에서 우리 측이 북핵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은 거기서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일단 최근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우리 측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만길 북측 단장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북핵 문제와 6자회담에 관해서는 '재량권을 갖고' 논의할 지위에 있지 않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최고 수뇌부에 전달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과 함께, 왜 현 시기에 평양 당국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간곡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북측이 과거와 같이 거부감을 보일 지, 아니면 비교적 진지하게 들을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번 남북대화 재개는 6자회담 재개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대화는 별개가 아니라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지켜야 하고 6자회담 조기 복귀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북측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문제=대북 비료 지원 방안 협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올해 농업증산을 최대 과제로 삼고 연초부터 적십자 라인을 통해 우리쪽에 비료 50만t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과거 사례를 들어 당국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 때문에 지금까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우리 측은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를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해온 만큼 비료 지원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남측 역시 현재 비료를 뿌릴 시기이기 때문에 당장 북측의 요구인 50만t 전량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우리도 시비 시기라 충분히 준비를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의 대북 비료지원 의사는 확고하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비료지원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한 뒤 "일단 예년 수준으로 비료를 지원할 것이지만 규모는 미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측은 지난해 봄철에 20만t을 포함, 30만t의 비료를 지원했다.

수송비 등을 포함해 1천여억 원 규모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밖에 쌀 지원 등 다른 인도적 지원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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