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에 사위가 오면 닭도 잡아주고 한다는데 처음에는 그런 대접을 받아 보지 못해 닭 대신 계란이라도 하나 달라고 해서 얻어먹곤 했다.
"
열린우리당 김덕규 국회부의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던진 첫마디다.
김 부의장의 부인 이정이(62)씨는 대구가 고향이다.
이 때문에 신혼 때 대구의 처갓집을 방문하면 전라북도 무주 출신인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겨 '홀대' 받았다는 것. 부인도 '경상도 여자를 데리고 왔다'는 시댁의 예사롭지 않은 눈길에 난처했던 적이 여러 번이라고 당시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김 부의장의 둥글둥글한 성격에다 어진 마음씨로 소문난 부인 이씨의 노력으로 이후 몇해 만에 양가의 '지역 감정'은 말끔히 해소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감정의 폐해를 피부로 직접 느낀 두 사람의 걱정은 여전하다.
자신들과 처지가 같은 부부가 또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된다는 것.
이 때문에 이들은 작은 것에서부터 지역감정 해소를 실천한다.
김 부의장은 열린우리당내 대구사랑 의원모임에 열의를 갖고 나서고, 부인 이씨는 연말이면 대구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위문품 전달을 잊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 부인 모임은 갹출한 회비로 매년 기부 행사를 하는데 대구·경북지역은 행사에서 배제해오다 이씨의 고집(?)으로 포함됐다.
동신유치원, 동인초교, 대구여중, 경북여고를 졸업한 대구토박이 이씨가 기왕이면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 이씨는 형제들이 대구에 있어 집안 경조사가 있으면 한 달에도 몇 번씩 집(중구 동인동 3가)에 자주 들르는데 인근 경로당을 볼 때면 "내년에는 여기를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계획도 세운다.
이씨는 또 경북여고 후배인 김정숙씨(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부인)와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과도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여권내 영남권 지원활동을 묵묵히 지원했다.
이 때문에 여당내 경상도 사람 인맥은 이씨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샀다.
한편 남편인 김 부의장은 지역감정 해소를 사람으로 해소한다.
데리고 있는 보좌진들이 영남출신이 3명이나 되는 등 인사에 있어 지역별 배분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영호남 사람이 결혼해 서로 자랑스러워 하는 게 바로 지역감정 해소 아닐까요"라는 이씨의 말에는 오랜 세월 부부가 남모르게 해왔던 지역감정 해소 노력이 엿보였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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