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지방 이전이 요즘 화제다. 변변한 공기업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유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표정 관리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지방민들 입장에선 어느 공기업이 올까, 어떤 도움이 될까 관심을 쏟지만 일단은 심사가 편치 못하다. 중앙정부가 적선 보따리인양 들고서 제맘대로 나눠주려는 듯한 꼴이 마뜩잖기 때문이다. 아직은 불만을 숨기고 있지만 막상 발표되는 결과가 신통찮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기세다.
중앙에서 벌어지는 일에 이처럼 쌍심지를 돋우는 사람이 많은데 교육 문제에는 모두가 한없이 둔감한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자식 출세에 목숨을 거는 요즘 세태에 비추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당장 2008학년도 대입 제도만 봐도 그렇다.
내신 성적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고교 1학년생들은 요동치고, 학부모들은 덩달아 학교다 학원이다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서울대가 논술고사 비중을 높이겠다고 하고,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내신보다 대학별 고사에 비중을 두겠다고 떠들어대자 어떻게 대비하나 걱정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들의 모집 인원이라고 해야 전국 수험생의 10%도 되지 않는다. 아무리 고3때까지 성적이 오르겠지 하는 기대치가 있다고 해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주요 대학 축에 못 끼는 수도권 대학이나 지방 대학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당연히 지방 대학들이다. 그들은 과연 2008학년도에 내신 성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거점 대학인 경북대는 또 어떤 발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다그쳐야 한다. 그 대학들에 진학할 지방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창의적 아이디어를 강요해야 한다.
사실 지방민들은 그동안 지방 대학들의 몰락을 너무 나몰라라 해왔다. 그 결과 지방대는 이제 의대나 사범대, 교대, 약대 등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대학 구성원들의 의욕이나 긴장감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8학년도 입시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지방대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 모집 정원 채우기도 힘든 마당이니 수도권 대학들 전형 계획 나온 뒤에 적당히 따라가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만 감지된다.
상위 몇 %의 학생들만을 중심으로 하는 대입제도 논의는 국가적인 낭비다. 그 논의에 포함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받게 되는 상처나 패배감은 국가나 지방의 미래에 치명적인 악재가 된다. 이제라도 중앙에서 벌어지는 저들만의 배부른 싸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방 대학의 발전에 필요한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중앙에 요구해야 한다. 공기업 하나 유치하는 것보다 지방 대학 하나 명문으로 세우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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