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노무현 대통령은 기어이 강금원이란 범법자를 사면했다. 참 대단한 고집이다. 사면대상이 아니라는 국민여론이나 야당의 비난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내 사면권 내 맘대로 하는데 너희가 왜?'라는 격이다. 도대체 강금원이란 자가 어떤 지존무상의 인물이기에 언론의 비판과 야당의 '권력남용'이란 반발을 묵살해가면서까지 기어이 사면해주려 나섰을까.
민주당의 논평대로라면 강씨는 대통령의 '후원자이며 동업자'이자 '돈지갑'으로 지목된 자다. 회삿돈 50억 원을 빼돌려 허위로 변제 처리하고 법인세 12억여 원을 포탈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개인범법자 케이스다. 대선자금 관련 경제인 사면자들과는 다른 경우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권한에 의해 석가탄신일 특별사면 대상에 끼워진 것이다. 강씨 경우 법절차상으로는 대통령이 사면해준 것이 되지만 이번 사면이 석가탄신 특별사면인만큼 부처님 덕을 보는 셈도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죄지은 중생에게 참회와 제도(濟度)의 기회를 자비로이 베풂으로써 세상을 맑게하고 올바른 삶을 인도해가자는 석가탄신사면의 의미는 정치적으로나 교정 정책상으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진정한 중생 제도는 제쳐두고 부처님을 앞세워 저네들 잘살자는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있다면 옳은 일일까.
이번 석가탄신 사면에 대한 비판과 논란을 보면서 성철(性澈) 스님의 법어(法語) 한말씀을 되새겨 보자. '어떤 도적놈이 나의 가사 장삼을 빌려 입고 부처님을 팔아 자꾸 죄만 짓는다.'
성철 스님은 이 말이 가사장삼을 입은자가 도를 깨쳐 중생을 제도하지는 않고 부처님을 팔아 자기의 생활도구로 먹고 사는 자는 부처의 제자도 아니고 '도적놈이다'는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셨다.
진정한 석탄의 정신은 세상에 바른법을 전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바로 살게 하자는 것인데 부처님 말씀에 가까이 가기는 고사하고 반대방향으로 가면 지옥이 된다는 깨우침이다.
강씨 사면이 부처님 오신 날에 세상에 바른 법을 전하고 바르게 살기 바라는 부처님 뜻이나 국민감정과는 반대방향으로 간 경우인지 아닌지는 그야말로 국민 중생들 각자의 법정서와 판단의 몫이다.
부처님이 자신의 탄신일을 기려 죄지은 중생에게 참회와 재생의 기회를 베푸는 자비대행을 마다 하실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중생들이 '저건 올바른 자비가 아닌데-'하고 고개를 가로젖는 이상한 자비대행에 대해서는 당신의 석탄일을 빌려 세상의 보편적 양심을 깨뜨리고 올바른 중생 제도와 반대로 가버리는 식의 권력이라며 '돌아 앉으실'지 모른다.
불가(佛家)에 '법당위 대나무 그림자가 댓돌위를 쓸어도 먼지가 일지않고 연못위에 달빛이 비쳐지나가도 물결이 일지않네'란 은유가 있다. 지금 개혁을 앞세운 노정권의 모습이 바로법당위 대나무와 달빛 같다. 움직이긴 움직이는데 한낱 그림자 같을뿐 실체의 변화는 제대로 일으키고 있는게 없다. 은유의 참뜻속엔 허구와 본질에 관한 큰 가르침이 더 깊이 담겨 있겠지만-. 개혁, 개혁, 요란하면서 과거 보수정권과 다름 없는 비개혁적 실정을 답습하며 집권 2년 남짓에 민심까지 23대0으로 잃어버린 현실에서 그런 비유를 연상케된다.
러시아 유전에 얽힌 의혹과 거짓말들, 비리장관 인사난맥, 병풍조작 공작정치, 재보선 패전후의 당내분과 권력투쟁, 여전한 코드인사, 거기다 부처님 오신 날의 사면조차 부처님 뜻과는 거꾸로 가는 실정(失政)에서 '부처님도 돌아앉을 정권'의 허상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들은 경제든 정치든 댓돌의 먼지를 쓸고 연못에 물결을 일으키듯 실체가 나타나는 국익'민생중심의 개혁과 변화를 원하고 있다. 끼워넣기 사면 같은 제식구 챙기기식 개혁이나 구호만 요란한 그림자 개혁은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다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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