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생들의 중간고사 대란이 섣부른 판단에 따른 과도한 대응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들이 내신 실질 반영비율을 현재 수준(5~10%)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여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2008학년도 대입의 중심이 내신에서 대학별 고사로 금세 이전해버린 것이다.
학생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다. 내신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판에 대학별 고사 대비도 만만찮게 여겨지는 탓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본고사 아닌 다양한 형태의 논술 시험이나 심층적인 구술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학생들로선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응 방법도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의도하는 대학별 고사는 학생들이 막연히 상상하는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논술과 구술면접만 봐도 국'영'수'사회'과학 등의 교과 내용을 보다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응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 대학별 고사는 70년대의 단순한 본고사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서 나온다.
학생들로선 일단 현재 시행되는 논술과 구술면접의 출제 방향과 유형을 알아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각 대학 논술, 구술면접, 적성고사 문제를 살펴보면 2008학년도 문제가 어떠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다. 유형별로 살펴보자.
△기출문제 가운데 언어 논술은 국어와 영어 실력 평가를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2005학년도 고려대 수시 문제 참고) 앞으로는 논술 제시문에 영어 지문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영어 지문을 해석하고 요약하게 하면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문을 쓰게 할 것이다. 지금도 지문의 수준은 교과서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므로 보다 깊이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심층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상위권 대학들이 인문계 학생들에게 수리 논술을 실시해 수학적인 능력의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2005학년도 고려대 인문계 수리논술 참고) 자연계열은 노골적으로 수학과 과학 문제를 현장에서 풀게 하고 채점하는 형태의 시험을 치를 것이다.(2005학년도 서울대 학업적성평가 문제 참고)
△적성고사는 지금의 수능문제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렵게 출제될 것이다.(2005학년도 중앙대 학업적성 문제 및 한양대학교 전공적성평가 문제 참고) 현재도 의외로 적성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이 많은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향을 살펴보면 각 교과목을 어느 수준까지 공부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방향도 가늠할 수 있다. 관건은 국'영'수 실력이 될 것이다. 국'영'수 실력만 확실하다면 어떤 형태의 대학별 고사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로선 일단 국'영'수 실력을 탄탄히 쌓은 가운데 인문계는 사회, 자연계는 과학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1학년 때부터 영자신문을 읽으며 상당한 수준의 수학 실력을 쌓아야 한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을 비롯한 각 대학이 앞으로 제시할 책들도 차근차근 읽으며 내용을 정리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2008학년도 대학별 고사는 지금처럼 수능시험을 치고 난 뒤 단기간에 연습하는 정도로는 대처가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는 얘기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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