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이틀간 개성에서 남북 차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가 김일성 주석 10주기 추모 방북단의 조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탈북자들의 대규모 남한행을 트집 잡아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지 10개월 만에 갑자기 북한이 "하루빨리 관계를 정상화하자"며 실무회담을 제의해 성사됐다. 회담을 중단시키고 열리게 하는 것이 온전히 북한 쪽에 달린 듯한 게 께름칙하지만 막혔던 언로가 틘 것은 어쨌든 다행이다.
문제는 대화가 중단된 그 10개월 사이 한반도에는 엄청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고 동해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폐연료봉을 모두 꺼냈다고 발표했다. 결국 핵 실험설까지 나오게 만들어 국제 사회를 긴장시켰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 회부로 압박해 들어갔고, 북'미 간의 벼랑 끝 줄다리기로 한반도의 긴장은 날로 더해 지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급기야 '쓴소리' '얼굴 붉힐 것은 붉혀야'로 종전의 대북관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도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회담을 제의했을 것이다. 모자라는 비료 때문이라는 일부 보도도 있지만, 단순히 비료 때문에 정부의 차관 일행이 아침 일찍 회담장으로 달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을 뺀 5자회담도 논의되는 마당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분명히 북한의 핵 문제는 중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북한이 지금처럼 계속 핵 모험을 전면에 내세워 모든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든다면 정부는 대북 지원 불가능 등 단호한 대응책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그게 쓴소리다. '대화' 그 자체에만 매달려 교착 상태의 '북핵 문제'가 등한시될까 걱정이다. 매서운 국민의 눈이 결과를 지켜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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