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재개되는 남북 당국자회담에 대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시작은 작지만 민족의 진운과 평화·번영, 특히 평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북핵문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을 북핵문제를 풀어내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뜻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큼 이번 회담에 거는 정부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회담 테이블에서 얼마만큼 결실을 맺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제의한 것은 봄철 파종기에 시급히 필요한 비료지원을 위한 것이다.
북한의 한해 비료소요량은 120만 톤에 달하지만 지난해 조달한 양은 70만 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70%가 봄철 파종기에 필요하지만 북한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은 20만~30만 톤 정도로 50만 톤이 더 필요한 상황. 북한은 지금 파종이 끝나가는 때여서 당장 비료지원을 받지 못하면 올해 작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비료지원은 물량을 놓고 남북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성사될 것이라는 게 일치된 관측이다.
정부가 당국 간 회담이 열리면 비료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그동안 밝혀왔기 때문. 현재 북한은 50만 톤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측은 20만~30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우리 정부의 기대에 맞게 잘 풀리면 50만 톤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장 목을 매고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 여부이다.
북핵문제가 남북 간 최우선 현안으로 대두한 상황에서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텃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를 기다려볼 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북핵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이번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채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추후 핵문제를 본격논의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우리 측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만길 북측 단장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북핵 문제와 6자회담에 관해서는 '재량권을 갖고' 논의할 지위에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최고 수뇌부에 전달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경남대 양무진 교수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이번 회담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면서 "하지만 이를 통해 장관급 회담의 개최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이번 남북대화 재개는 6자회담 재개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대화는 별개가 아니라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전의 장관급 회담에서 핵문제를 우리 정부와 논의하기를 거부해왔고, 지금도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는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기대는 난망(難望)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최악의 경우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경훈기자jgh0316@imaeil.com사진: 16~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열리는 개성시 자남동에 위치한 자남산여관. 객실 50여 개를 갖춘 이곳은 1972년 신축됐고, 4층 앞부분과 2층 뒷부분으로 이뤄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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