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거리 떠도는 가출 10대

지난 14일 밤 12시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인 대구 달서구 대곡역 부근 한 PC방에서 가출 청소년 3명을 만났다. 한 달 전 가출했다는 김한식(가명'15), 이용수(가명'17), 최길주(가명'17)군.

동네 선후배이자 친구 사이인 이들은 대구 남구 달성군청 뒤편에 월 10만 원짜리 사글세방을 얻어놓고 산다. 낮에는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밤이면 PC방에 모여 채팅과 게임을 즐긴다.

가벼운(?) 정도의 도둑질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명이 값싼 과자 등을 계산할 때 다른 한 명이 망을 보고, 나머지 한 명은 돈 될 만한 물건들을 슬쩍한다.

가끔 돈을 벌기도 한다. 아는 선배들이 하는 술집, 식당 등에서 바쁜 시간에 잠시 도와주고 용돈으로 하루 3만 원 정도를 받는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일자리는 찾기가 어렵다. 일을 찾는다고 해도 오랫동안 붙어있을 생각은 없다.

김군은 "어차피 있으나마나 한 부모보다 자유롭게 지내는 편이 낫다"며 "거리에서 죽더라도 집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있는 최군은 "돈을 많이 벌어서 반지, 목걸이도 사주고 멋진 데이트도 하고 싶다"고 했다. 새벽 2시쯤 PC방을 나온 이들 3명은 소주 3병과 과자 2봉지를 들고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이들에게 '미래'니 '꿈'이니 하는 단어는 무의미했다.

대곡역과 서부정류장 부근은 가출한 10대들의 주활동 무대. 대곡역 부근은 지하철역 아래 휴게실같은 공간이 있어서 가출 10대들의 아지트로 알려져 있다.

역 주변에는 대형 PC방이 여럿 있다. 이들 PC방은 사용료가 싼 데다 야간에는 할인요금을 받아 새벽시간에도 10대나 20대 초반이 북적거린다. 서부정류장 성당못 역 앞은 새벽시간까지 청소년들이 진을 치는 곳. 이곳 노상 분식점 주인(36)은 "새벽 5시가 지나도 이곳에는 술 취한 젊은이들이 많다"며 "날이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10대들이 찾는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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