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포럼-지방 경쟁력 기반은 정부 몫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일대. 지난해 착공된 LCD공장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초에는 최첨단인 7세대 LCD가 이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투자자는 LG필립스로서 향후 10년 동안 10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파주 LCD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2만5천 명. 부양가족을 포함하면 인구 10만 명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되는 셈이다.

당초 이 공장 유치를 둘러싸고 구미시와 파주시가 치열하게 경쟁했다.

6세대 LCD생산시설이 가동 중이란 구미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파주가 판정승한 데는 경기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한몫을 하였으나, 수도권 지역이란 점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휴전선에 접해 있는 군사보호지역으로 불편한 점이 많을 뿐 아니라 땅값도 터무니없이 비싼 수준인데도 말이다

수도권은 모든 면에서 지방에 비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기업지원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가 우수하다.

투자기업들은 무엇보다도 고급인력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최우선 고려 요소로 꼽고 있다.

때문에 시장메커니즘에만 맡겨둔다면 투자가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물론 수도권이 발전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에 수도권 집중에서 유발되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적정 용량을 초과하면서부터 발생되는 '규모의 불경제' 현상과 함께 지방과의 격차 심화에 따른 지방민들의 위화감, 이로 인한 의욕 상실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이른바 '시장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최우선 정책목표의 하나로 삼아 수도권 과밀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일찍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하여 공장총량제를 시행하는 한편, 신규투자는 첨단산업부문의 외국인 투자에 한해 허용했을 뿐이다.

특히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통해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정책기조로 설정하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비록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이제까지 금지되었던 국내 대기업들의 신·증설 투자도 가능토록 하고, 대상 분야를 종래 첨단 14개에서 25개 산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골자로 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3M의 경기도 화성공장 건설과 관련하여 열흘 전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의 설전이 있은 뒤라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발전은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로드맵은 치밀하게 수립돼야 하는데, 과연 지금이 수도권 규제 완화에 적절한 때인지 경제적 측면에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사례가 돼서는 곤란하다.

아직은 '선 지방발전'에 정책의 무게를 두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지방화시대라고 해서 지역의 경쟁력을 지방정부와 지역민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직무유기다.

최소한의 경쟁력 기반을 조성해 줘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도 언제까지나 중앙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자력갱생의 자세 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역의 경쟁력은 얼마만큼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자면 양호한 정주(定住)환경 조성이 선결과제이며, 지역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 유치를 위한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한 창구에서 제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에서 전담행정요원이 투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지원하는 1인 지원(one-person)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또다시 첨단산업 유치에 실패하거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에 분개하는 현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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