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야, 이리와. 이제 밥 먹어야지!"
할머니가 무릎을 탁탁 두드리자 세 살배기 강아지 미키가 꼬리를 흔들며 무릎에 폴짝 뛰어와 앉았다.
하지만, 미키는 밥은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할머니 입에다 뽀뽀를 했다.
"어이구, 우리 미키 뽀뽀도 잘하네. 이제 그만하고 밥 먹자."
14일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서 혼자 사는 윤태식(77·여) 할머니의 조그만 단칸방에는 미키의 재롱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은 할머니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 지 꼭 한 달째. 미키 때문에 할머니는 마치 자식을 다시 얻은 기분이다.
◇미키와 한 달
미키를 얻은 후 할머니는 말이 많아졌다.
혼자 적적하게 생활하던 할머니에게 대화상대가 생긴 것. "밥 먹자" "텔레비전 보자" "자자"라며 미키에게 말을 건다.
할머니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미키는 마치 알아듣는다는 듯이 빤히 할머니를 쳐다본다.
한 달 새 할머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평소 심장이 약하고 고혈압 증세가 있었던 할머니는 요즘 부쩍 "좋아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수시로 미키에게 빗질, 목욕도 시키고 산책을 하면서 움직이다 보니 혈압은 안정됐다.
밖에 나가기를 꺼렸지만 요즘 매일 아침 미키를 데리고 산책 가는 게 큰 일이 됐다.
평소 다니는 대구시 노인전문병원의 주간보호센터에도 미키와 함께 간다.
할머니는 "미키가 어찌나 순한지, 덕분에 할머니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라며 "산책을 다니면 개가 귀엽다고 사람들이 마구 몰려온다"고 했다.
미키 때문에 주위 관심도 끌고 대인관계도 한층 좋아져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사료나 예방접종 걱정은 안 한다.
매주 한 번씩 자원봉사자가 개를 돌보러 할머니 집에 찾아온다.
때문에 할머니는 매주 찾아오는 친구도 생긴 셈이다.
노인병원 주간보호센터 권유춘 팀장은 "개를 통해 외로운 어르신들이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라며 "개에게 사료나 용품을 전해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독거어르신 댁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친구 보내기 사업
윤 할머니에게 친구가 생긴 이유는 바로 대구노인병원에서 하는 '어르신 친구 보내기' 사업 덕분이다
애완견을 통해 어르신들의 정서적 소외감을 해소하고 산책 등 외출동기를 부여해 사람들과의 접촉 기회를 넓히려는 게 이번 사업의 의도. 나아가 정기적으로 애완견 관리를 하면서 어르신들 건강과 가정환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담당사회복지사는 얼마 전 동물매개치료 3개월 과정도 마쳤다.
이번 사업을 위해 대구시 노인전문병원, 경북대 평생교육원 애견아카데미, 한국삽살개보존협회, 대구과학대 애완동물관리과 등 여러 기관이 뭉쳤다.
노인병원은 애완견을 보낼 어르신 선정 및 관리를 하고, 애견아카데미는 어르신에게 보낼 애완견을 구하고 사료나 의료용품을 지원한다.
삽살개보존협회는 삽살개를 어르신들에게 분양하고, 대구과학대는 매주 어르신을 방문해 사료를 전달하고 애완견을 관리할 12명의 자원봉사자를 제공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유기견도 활용할 계획이다.
버려지는 개에게 사회성 훈련을 시킨 뒤 어르신들 반려견으로 보낸다.
다음달에 한 어르신에게 보내질 개는 눈이 안 좋아 유기견이 된 한 살배기 시츄다.
이미 백내장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냈다.
노인병원 재가노인복지센터 권병현 소장은 "동물매개치료를 통해 어르신들의 정서적, 신체적 건강을 도모하고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유기견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라며 "올해 우리 센터 어르신에게 유기견 5마리 정도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사진: 대구 사월동에서 혼자 사시는 윤태식 할머니가 최근 새로 생긴 친구인 미키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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