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온난화 현상에 따른 기온 상승과 도시화 영향으로 대구·경북이 더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봄·가을의 여름화와 여름의 고온화가 빨라지면서 산과 들, 바다의 생태계도 난대·아열대로 변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취재팀이 지난 30년간 대구·경북의 기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포항, 대구, 구미 등지의 최근 10년간 4월 평균 기온이 1975~1984년보다 1.3℃~1.6℃ 올랐다. 올 들어서도 4월 28일부터 3일간 30℃ 이상 고온이 지속돼 봉화, 영주, 영덕, 상주, 안동 등 12개 지역이 역대 4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9월의 기온 또한 구미의 평균 기온이 1975~1984년보다 1.1℃ 상승했다. 이번 여름은 이달 하순부터 30℃를 웃도는 고온 현상을 보이기 시작, 무더위가 평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민경덕 교수는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빙하기보다 2℃, 지난 100년보다는 0.6℃, 한반도는 1.5℃ 올랐는데도 생태계에 엄청난 혼란을 줬다"고 했고,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기온이 1℃ 상승하면 한반도 식생 전체의 19.2%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대구권의 식물 분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팔공산 공원관리사무소 인근 해발 320m 지점과 가산산성 인근 해발 800m 지점에서 차나무와 맥문동 군락지를 발견했다. 또 대구 도심인 건들바위 인근에 졸가시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들 식물은 한반도 최남단 및 제주도 등지에서나 볼 수 있는 난대성 식물로 대구가 냉온대 낙엽활엽수림지역에서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지역으로 변해가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경북의 농작물 및 동해안 어종 현황을 현지 취재한 결과, 경북의 사과 주산지 중 한 곳인 의성군은 수년간 봄·여름 고온 현상의 지속으로 성장기 사과 재배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의성군은 재배 면적이 95년 4천ha에서 10년 만에 2천678ha로 33%나 급감했고, 재배 지역도 고온 영향을 자주 받는 다인, 안사, 구천 등 평지에서 고온이 덜한 옥산, 점곡, 금성, 춘산 등 산간·고산지대로 바뀌고 있었다.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오상진 지도사는 "지금과 같은 봄·여름 기온 상승이 지속되면 20~30년 후 경북의 사과는 북부지역의 고산지대 일부에만 가능하며 사과 주산지는 산간지방이면서 사과의 생육적온이 유지되는 충북 제천, 강원도 등지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해는 한류성 어종이 자취를 감추는 대신 난류성 어종이 주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9일 포항시 죽도시장 내 포항수협 위판장에는 남해나 제주도 인근에서 주로 잡히는 난대성 어종인 아귀 748㎏이 나왔다. 아귀는 1999년 처음으로 잡히기 시작, 포항 위판장을 통해 매년 5만~35만㎏이 거래되고 있다. 반면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자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0년 전인 1995년 고작 3천395㎏이 잡힌 것이 마지막이었다.
실제 포항수협의 생산 어종 28개 중 21개가 난류성 어종이며 한류성 어종은 7개에 불과하다. 동해수산연구소 황선재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동남아, 필리핀 해역 등지에 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어종들이 동해에 속속 출현, 지금까지 장수거북, 강담돔, 은행게 등 10여 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 홍정표 박사는 곰피, 대황, 감태 등 아열대성 해조류가 동해안을 따라 빠르게 북상 중이라고 밝혔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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