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찰, 법원 견학 나섰다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는 경찰은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판중심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그 첫 걸음이 법원견학. 여기에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가졌는데 법원을 원군으로 삼아야 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대구 경찰청은 본청 및 8개 경찰서 690여 명의 수사경찰관(지능·경제·강력·폭력)들을 법원에 보내 재판 과정을 둘러 보고 중견법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16일 경찰관 60여 명이 대구지법을 처음 방문했다.

대회의실에서 성지용 부장판사(민사12부)가 "어떤 내용도 좋으니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하자 첫 번째 나온 질문은 수사권 독립에 대한 법원의 생각이었다.

성 부장판사는 "공판중심주의 토론 자리에서 언급할 성격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검찰 조서가 경찰 조서에 비해 보기 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경찰 조서도 이에 못지 않다는 확신을 재판부에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공판중심주의와 수사권 독립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 성 부장판사는 "공판중심주의에선 증거가 필수적인 만큼 경찰의 수사도 자백 위주에서 발로 뛰는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하다 보면 수사기관의 의욕이 앞서 감정이 개입된 경우를 가끔 접한다"며 "범죄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경찰관이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80만 원의 벌금형을 내리는데 외부 압력이나 청탁은 없느냐"고 묻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 1년간 영장전담판사로 일했지만 단 한번도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탁과 관련된 나쁜 관행은 이미 사라졌다"고 답했다.

다만 "선거법 재판의 경우 의원직 유지 관건이 되는 벌금 100만 원과 80만 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고 심적 부담감을 토로했다.

"경찰이 작성한 수천 장이 넘는 수사기록을 다 읽어보느냐", "솔직히 재판장으로서 다 못 볼 경우가 있어 주심판사와 의논하기도 한다"는 질문과 대답도 나왔다.

대구동부경찰서 지능1팀 조규태 경사는 "사법부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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