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섬유특별법' 맞는 전략 짜야 성공

얼마 전 예사롭지 않은 토론회가 있었다. 통상의 토론회가 그저 그런 정도의 원론적인 발표와 토론을 하고 마감하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 토론회는 확실히 손에 잡히는 토론회였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와 산학경영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구경북 섬유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

주제발표는 부총리를 역임한 김만제 이사장이 했다. 요지는 대구경북에서 여전히 중요한 산업인 섬유산업이 더 이상 파국으로 몽땅 떠내려가지 않게끔 업계가 자율 구조조정을 단행, 유망 선도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섬유산업을 최단시간 내에 선진국형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었다.

정부의 보호와 육성을 바라지 말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해 나가되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여 추진업무를 지속적'효율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많은 외국의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필자는 지난 2월 2일자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우리지역의 섬유산업이 자연스런 구조조정(심하게 표현하면 방치된 구조조정)을 겪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도태되면서 지역경제가 급격히 활력을 잃고 있다'고 했었다. 업계가 중심이 되어 섬유업계 전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구조조정의 방향과 일정, 역할 분담, 이해와 갈등의 조정방안, 지원 요망사항 등을 담은 자율적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 섬유산업의 정예화와 세계화란 비전을 제시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연인지는 모르나 필자의 생각과 금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점들이 너무나 맥을 같이하고 있었다. 오히려 토론회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 섬유업계는 방치된 구조조정이냐, 효율적인 구조조정이냐를 하루 빨리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업계가 인내를 갖고 자율 노력을 기울일 것이냐, 아니면 흘러가는 대로 둘 것이냐를 선택해야만 한다.

지방정부로서는 지역의 주종산업인 섬유산업의 진로를 옆에서 보고만 있을지, 아니면 업계의 자율노력을 확실하게 측면지원해야 할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생각건대 특별법 제정은 유능한 싱크탱크가 전략과 방법, 추진 중 나타날 수 있는 반대논리를 압도할 수 있는 대응논리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치권과 언론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섬유에 있어서 한계기업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섬유산업은 영원하다.

(김창로 대구경북중소기업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