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내장은 투명해야 할 눈의 수정체가 뿌옇게 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노화현상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노인백내장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노인백내장에서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지만 이 또한 유전자의 영향을 통해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백내장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또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게 된다. 백내장과 유전학 분야에서는 노인백내장보다는 선천성백내장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소아의 경우 성인과 달리 약시의 발생 위험이 있고 수술 후에도 여러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완벽한 수술을 필요로 한다. 소아에서 심한 백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생후 수개월 이내에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나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의 경우 당뇨조절이 필요하며 당뇨병성 망막증이 심하면 좋은 시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안저검사를 받으면서 수술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백내장의 주된 증상은 시력감퇴이며, 눈의 통증이나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또한, 어두운 곳이나 실내에서는 동공이 확장됨에 따라 시력이 개선되지만, 밝은 곳이나 실외에선 눈부심이 심해지고 시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일시적으로 근시가 생겨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신문을 잘 읽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백내장으로 인한 일시적인 근시성 변화이다. 백내장이 진행하면 근거리, 원거리 사물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수정체가 완전히 하얗게 된 경우에 수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방법의 발달로 환자가 불편함을 느낄 경우(안개가 낀 느낌, 바깥에만 나가면 잘 안 보임 등 ) 수술을 한다. 물론 환자의 나이나 직업에 따라 수술시기에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술시기를 너무 지체하면 최신 수술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수술 후에도 시력회복이 더딜 수 있다.
최근의 수술은 초음파를 이용해 3mm 정도만 절개해 봉합을 하지 않고 접어 넣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기 때문에 난시가 생기지 않아 수술 후 바로 시력이 회복될 수 있다. 마취에 대한 공포감이나 마취제 후유증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백내장수술 후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다시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데 이는 수정체 뒤쪽 막이 두꺼워져 생기는 것으로 후발성 백내장이라고 한다. 특수한 파장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백내장의 치료에는 수술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약물요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일단 백내장이 생기면 원래의 투명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혹 일시적으로 시력이 개선되기도 하며 백내장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하여 많은 약물들이 개발됐지만 뚜렷한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논문에서는 약물의 효과가 발표되고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백내장 진행이 늦춰지거나 억제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중 널리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서 비타민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황산화비타민인 레티놀(비타민A), 비타민 C, E 등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금치를 복용하는 것이 백내장 발생을 막아준다는 발표가 있지만 어떤 성분에 의한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여러 약들은 수정체의 단백질 변성을 억제하는 성분들로 실험적으로는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지만 사람에게서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생활 속에서 백내장을 예방하는 방법들이 있다.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으로부터 노출을 막고,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를 삼가는 것이다. 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 녹내장은 실명을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미국의 경우 당뇨병 다음가는 실명의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역학조사가 없었지만 성인 집단건강진단과 일본의 조사를 감안하면 인구의 2% 정도가 녹내장을 앓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녹내장은 안압상승을 포함한 여러 위험요인으로 초래되며 시신경 손상과 이에 따른 시야 장애를 나타낸다. 일단 녹내장으로 인해 실명하면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방법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예방할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예방법이다.
녹내장의 조기 발견은 여러 형태의 증상을 알고 정기적인 안과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적절한 치료는 녹내장과 안압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안압 상승은 녹내장 발병과 관련이 있는 모든 위험 요인들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안압 조절이 현재까지는 가장 확실한 녹내장 치료법이다.
안압은 눈 속에 존재하면서 노폐물을 없애고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라는 맑은 물의 생산과 배출에 따라 결정된다. 방수의 생산과 배출이 정상적인 경우 평형을 이루게 되며 이럴 때 '정상안압' 이라고 한다. 그러나 배출이 잘 안 되고 만들기만 계속하는 병적 상태가 되면 눈의 압력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안압이 높다고 한다.
안압이 높은 기간이 많이 지나면 시신경에 영향을 주어 처음에는 보이는 부분, 즉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으로 시작되어 시간이 더 지나면서 완전한 시야상실로 진행한다. 정상 안압은 통계적으로 10~21 mmHg이며 병적으로 높으면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필요하다.
녹내장 의심 환자의 치료여부는 시야검사, 시신경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녹내장의 종류에는 개방각녹내장, 폐쇄각녹내장, 정상안압녹내장, 선천성녹내장, 속발성녹내장 등이 있다. 개방각녹내장은 눈의 방수배출로가 점진적으로 망가지면서 안압이 상승되어 시신경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 가장 흔한 녹내장이다. 안압이 높으나 자각증세가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급기야 실명하게 되기도 한다.
폐쇄각녹내장은 대부분 급성으로 발병하는 녹내장. 방수배출로가 갑자기 막혀 안압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구역질, 구토, 안통, 두통 등을 호소하며 시력도 갑자기 떨어지게 되므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높지 않고 정상수준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와 시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이 역시 안압을 더욱 낮추어야만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저혈압 또는 치료 중인 고혈압 환자에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
선천성녹내장은 태아시기에 방수배출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안압이 상승해 안구확장과 함께 시신경 손상이 발생한다. 신생아의 눈이 지나치게 크거나 검은 눈동자가 맑지 않으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에 의심할 수 있다.
속발성녹내장은 눈의 외상, 염증, 종양이나 오래된 백내장 및 당뇨병 등에 의해 생기는 경우이다. 치료방법은 녹내장을 유발한 원인에 대한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녹내장의 진단을 위해서는 치료 방침과 예후(병의 향후 상태) 판정을 위해 최소한 4가지 검사를 해야 한다. 안압의 정도를 알아내는 안압 측정, 시신경 손상의 유무와 정도를 측정하는 검안경 검사, 시신경 손상에 따른 시력 장애를 평가하는 시야 검사와 치료의 방침을 결정하는 전방각경 검사이다.
녹내장으로 최종 진단되면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만성 개방각녹내장은 약물 치료, 급성 폐쇄각녹내장은 레이저 혹은 수술 치료를 한다. 그리고 선천성녹내장은 수술 치료를 원칙으로 하며, 환자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환자의 성공적 치료방법이 본인에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녹내장은 오랜 기간 동안 치료와 관찰이 필요한 병이지만 치료를 꾸준히 한다면 잘 다스릴 수 있는 병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차순철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
도움말:김형준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
사진: 백내장과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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