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짜 갈비' 판결

얼마 전, '가짜 박사' 소동이 일어나 한동안 시끄러웠다. '연구비는 학위 과정에 있는 사람이 내고, 논문은 다른 사람이 써주는 식으로 박사학위를 제조한다'는 말이 나돈 지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놀랄만한 일들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 부류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진짜 허위 박사'와 '짝퉁 박사'가 그것이다. 전자는 박사학위를 위조하거나 날조한 경우로 '사기꾼'이며, 후자는 대학의 속성이나 학문을 알고 있으나 인정하기 어려운 대학이나 적절한 절차 없이 학위를 받은 '사이비 박사'다.

◇ 이런 부류의 가짜 박사 가운데 학위의 효력을 직업적으로 최대한 써먹는 '짝퉁 박사'가 더 큰 물의를 빚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는 직업적 기술도 갖고 있으므로 상업적 이익을 위해 그 위력을 십분 활용하는 경우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결과 이런 박사들은 '진짜 허위 박사'보다 사회적으로 끼치는 피해는 더 크고, 속는 사람들이 많을 건 뻔한 일이다.

◇ 진짜 갈비에 다른 부위의 살코기를 붙여 팔아도 진짜 갈비의 함량이 가장 많으면 '갈비'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다. 물론 살점이 전혀 없는 갈비뼈에 다른 부위의 살을 붙여 '갈비'라는 이름으로 유통시키는 건 '유죄'다. 이 경우는 제품 이름의 거짓 표기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하지만 이 판결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는 가짜 이동갈비 159억 원어치를 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업자에 대해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축산물 세부 표시 기준은 물과 기타 원료 외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을 제품명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이 성분 함량 표시를 일일이 확인하고 구입하지 않으므로 이 판결은 논란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 요즘 '가짜가 진짜를 뺨친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들이 진짜의 설자리마저 뺏어버리는 세상이라는 이야기지만, 결코 간과할 일은 아니다. 불량식품을 만들고도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식품업체나 이들 식품을 팔고도 '별일 아니다'는 유통업체, 뒷북만 치는 관계 당국의 단속은 우리 사회를 썩어가게 하고 있다. 이번의 판결은 아무래도 '글쎄올시다'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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