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

전자제품이 넘쳐난다.

매일 수십 가지의 전자제품이 개발돼 판매된다.

얼핏 보면 하드웨어만 보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소프트웨어 덕분에 사용자들의 요구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만 해도 예전엔 단순히 전화걸기와 받기의 기본기능 위주였으나 지금은 모두 익혀 사용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그 기능이 다양화되어 있다.

이러한 성능들은 비단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여객기도 실상 매우 정교한 소프트웨어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한 대의 비행기가 제작되기까지 수백 명의 소프트엔지니어들이 각 부분의 기능들에 대해 정교하고 정확한 프로그래밍을 한 덕분에 비행이 가능한 것이다.

초기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주로 대기업의 생산관리나 사무자동화, 은행전산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매우 다양화되어 규모면이나 내용면에서 현저히 진보된 상황이다.

특히 닷컴기업의 신화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산업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을 했다.

더불어 소프트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체계가 형성되었으며 특정 직업군으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 이면엔 이런 소프트엔지니어들의 공헌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렇게 공치사만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예전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소프트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이른바 3D업종으로 분류되어 똑똑한 공학도가 기피하는 현상을 보면서 그 당시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우리도 그러한 현상을 부분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최첨단 사무실에서 고도의 창의적 작업을 하는 미화된 직업군으로서가 아니라 걸핏하면 야간작업을 해야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정신노동으로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으로 어느 정도 인식이 된 것이다

지금과 같이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의 이슈로 대두되어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도 소프트웨어산업계에선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이야말로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인데도 오히려 관련학과나 학원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줄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련 분야의 학과를 졸업하면 무조건 취업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IMF이후로 지극히 기업의 채용관행이 이기적으로(한편으론 합리적이라고들 하는) 바뀌어 갓 졸업한 초년병들이 취업할 수 있는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엔 기업이 재교육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으나 최근엔 가급적 그러한 비용에 대해 회피하고 싶어하는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그 특성상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기엔 적합한 분야이다.

다만 이러한 적합성과 개인의 우수한 특성이 산업과 잘 연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어찌 보면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가능한 산업이다.

현재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효율을 높이고자 당장 투자할 상황이 되지 못하므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활성화 정책에 의해 산업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수만 명의 인력을 고용해 대규모 프로젝트성의 시스템이나 패키지를 개발할 수는 없더라도 수많이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협업하여 개발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의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한 고급인력에 대한 양성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결함이 없이 이끌고 갈 수 있는 역량에 대해선 현재의 소프트웨어기업들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업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아직도 기술에 대해 인색한 점수를 주는 것이 마치 공정한 평가인양 착각하는 부분 또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기업의 과제 또한 적지 않다.

결함이 없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마이크로소프트사도 종종 결함이 발견된다) 99.9%의 완성률을 추구하며 자신의 기업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유행을 쫓아서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소프트웨어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가진 솔루션이 미미할 경우가 많다

비록 처음은 힘이 들지라도, 또는 아주 작은 솔루션일지라도 자신의 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강력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와 거대한 인구의 중국이 맹렬하게 추격하는 시점에서 브랜드 파워마저 약한 현실을 IT강국의 이미지를 살려서 지금부터라도 다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간절하다.강은희 (주)위니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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