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치듯 요란한 폭포수 소리.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폭포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탁 트인다. 눈과 귀를 씻어내고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기에도 안성맞춤.
경남 양산 천성산의 홍룡폭포와 무지개폭포, 혈류폭포는 대구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우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입구까지 승용차가 올라가 드라이브를 겸한 데이트나 가족여행지로도 괜찮다. 폭포만 보고 오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천성산은 폭포 인근에 많은 암자와 사찰도 품고 있다. 쉬엄쉬엄 하루 코스로 폭포여행을 떠나보자.
세 곳의 폭포 중 으뜸은 양산8경 중 네 번째인 홍룡폭포다. 상'중'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쪽 두 개의 폭포는 평이한 편. 그래도 폭포 아래 작은 무지개다리에 서면 물소리가 요란하다. 자세히 귀 기울이면 소리는 다른 곳에서 난다. 소리를 따라 왼쪽 계단을 오르면 웅장한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20여m를 떨어진 물줄기는 바위에 부딪치며 파란 이끼 사이로 작은 실폭포를 만들어낸다. 튀어 오르는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는 소리가 청량하다. 소리 때문에 상승작용을 일으킨 걸까. 폭포수가 실어온 바람이 차다.
폭포 바로 옆의 홍룡사 관음전에 올라본다. 앞쪽의 문을 열어두면 선경이 따로 없다. 폭포의 물소리가 너무 세다는 것이 흠일 뿐. 한쪽 벽면 전체가 물이 흘러내리는 풍경화다. 알록달록한 관음전의 단청 사이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물줄기, 파란 이끼, 바위에 붙은 나무들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곳은 관음전을 배경으로 한 폭포수의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도 많이 찾는다. 폭포 옆의 약사여래불이 있는 쪽이 포인트다. 디지털카메라로 폭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해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폭포 아래 홍룡사 대웅전 옆의 사무실로 가면 신문을 반으로 접은 크기의 폭포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홍룡사에서는 낮 12시부터 1시 사이에 점심공양도 곁들인다. 이왕이면 사찰음식까지 맛보고 올 일이다.
홍룡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2시간 정도 오르면 원효암이다.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원효암 셔틀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홍룡사에서 2.5㎞ 정도 되돌아 나오면 삼거리에 원효암매점(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간이매점)이 있다. 원효암까지 오가는 셔틀차량이 출발하는 곳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요금은 1인당 2천 원. 승용차는 통제한다.
원효암은 자리 잡은 터가 절묘하다. 암자 뒤쪽으로는 바위병풍이 둘러싸고 있고 앞쪽으로는 금정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법당 석벽의 마애아미타삼존불이 볼 만하다.
홍룡폭포는 사람의 손을 너무 많이 타 인공적이다. 온통 시멘트를 덕지덕지 붙인 입구 계단이 옥에티. 폭포 아래의 웅덩이도 물을 가둬 둔 흔적이 뚜렷하다. 또 일부러 약사여래불을 폭포 옆에 모신 것도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천성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 있는 무지개폭포와 혈류폭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 다행이다.
무지개폭포 입구는 너무 개발이 돼 난잡하다. 음식점과 모텔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가파른 산길을 20여 분 올라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이름이 독특한 혈류폭포는 표지판도 없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치는 홍룡폭포보다 오히려 낫다. 이 폭포는 홍룡폭포와 달리 자연 그대로다. 층계가 진 바위를 따라 20여m를 떨어져 내린다. 지금은 수량이 부족해 서너 가닥의 실폭포지만 그래도 세 갈래, 네 갈래로 흩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이 계곡은 거의 폭포 집합소다. 이 폭포를 시작으로 계곡을 내려가며 여러 개의 폭포가 연이어진다. 비가 내린 이후라면 진면목을 드러낸다. 특히 장마철에 이곳을 찾으면 색다른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폭포 위쪽의 미타암도 놓칠 수 없는 명소다. 미타암은 우리나라서 많지 않은 관음기도도량 중 한 곳. 맑은 날이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석굴 안에 모셔져 있는 아미타불입상(보물 제998호)도 둘러보자.
▶찾아가는 길=대구에서 경부고속도를 타고 부산방향으로 향한다. 경주를 지나고 언양을 지나면 통도사 인터체인지. 이곳에서 나와 오거리에서 직진하면 부산'양산방향 35번 국도다. 양산 쪽으로 10여 분을 달리면 상북면이고 오른쪽에 홍룡사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좌회전하자마자 다시 우회전해 상북면사무소를 지나 3㎞ 정도를 더 가면 왼쪽으로 홍룡사 가는 표지판이 있다. 혈류폭포는 표지판이 없다. 양산에서 울산쪽으로 가는 7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주진마을 표시가 있는 신호등에서 미타암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쭉 들어가면 된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잘 알려지지 않은 혈류폭포. 비 온 뒤라면 장관을 연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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