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산 천성산 폭포여행

'한 폭의 산수화' 들으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거침이 없다. 높이 25m 절벽에서 자유낙하. 바위에 부딪히며 물방울이 튀어 오르고 자기들끼리 살을 섞으며 물보라를 뿜는다. 한여름에 마시는 톡 쏘는 청량음료 같은 알싸함. 그래서 마음을 씻어내는 데는 폭포가 제일이다. 폭포 앞에 서면 세속의 묵은 때마저도 쉽게 씻겨진다.

물웅덩이에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거센 물소리. 대자연의 함성은 파장이 되어 가슴을 울린다. 대공연장에서 '난타'의 북소리가 가슴을 후려치는 것과 같은 울림을 통한 후련함이다. 때문에 폭포 앞에 서면 한순간에 세속의 잡음은 사라진다. 귀청을 때리는 굉음만 가득할 뿐.

경남 양산 천성산의 홍룡폭포 옆 홍룡사 관음전에서 보면 폭포는 한 폭의 산수화로 변한다. 한쪽 벽면은 튀어오르는 하얀 물방울과 파란 이끼, 바위에 붙은 나무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수화는 보기만 하는 것일까. 귀로 듣는 풍경도 만만찮다. 물과 바위, 웅덩이가 만나 빚어내는 소리는 눈을 감으면 더 뚜렷하다. 자연의 화음은 어느새 마음까지 휘감는다. 폭포 앞에서는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비라도 내리면 홍룡폭포는 완전한 물의 세상. 불어난 물줄기는 관음전의 목탁소리마저 삼켜버린다. 그래도 눈과 귀를 씻는 데는 이때가 최적기다. 정신을 가다듬으면 떨어지는 물줄기에 온갖 세상 시름을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홍룡사 관음전 안에서 보면 홍룡폭포는 영락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눈과 귀를 씻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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