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워지는 대구·경북-(2)급변하는 생태계-바다

동해안 어민들 "어, 생전 처음보는 어종들이네…"

'동해에서 명태가 잡히면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 한다.

'

'수족관 속 아열대 물고기를 동해에서도 볼 수 있다.

'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동해가 따뜻해지면서 난류성 어종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고, 아열대 어종과 해조류도 '동해 식구'로 속속 합류 중이다.

◇자리 바꿈

"최근 뱃사람들이 비가이'라 부르는 참치 일종이 구룡포 근해에 출현하기 시작했어요. 비가이는 예전에는 타이완 근해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난류성 어종이죠."

포항 구룡포에서 만난 오징어잡이 경력 40년째인 김종훈씨는 "무게 10kg에 길이 50cm 수준의 비가이 새끼가 주로 잡힌다"며 "'이놈'들은 오징어를 잡아먹어 눈엣가시"라고 말했다.

동료 이삼현씨는 "가을에 주로 잡히는데 예전만 해도 하루 10마리 이상은 잡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20마리 이상 늘었다"고 했다.

구룡포 소선주협회 오진윤(50) 회장은 "예전에도 8, 9월 태풍 이후에 '남쪽' 물고기들이 북상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생전 처음 보는 '놈'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라고 말했다.

3년 전 9월 무렵에는 서해의 연평도 근해 혹은 남해에서 주로 잡히는 난류성 어종 꽃게가 포항 앞바다에 출현했다.

포항수협 이광국 판매과장은 "당시 꽃게가 보름이나 올라와 위판장을 통해 거래됐다"며 "어민들도 어리둥절했고, 전문가에게 꽃게 어획을 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항 수협의 지난 5개월간 어획량에 따르면 동해 바다에서 주로 잡힌 어종은 전어(42만8천t), 오징어(19만t), 아귀(7만7천t) 등 난류성 어종들이다.

어획목록 28개 중 21개나 된다.

특히 어민들은 아귀의 경우 4, 5년 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에 주로 잡혔으나 지금은 사철을 가리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 또 가을 물고기의 대명사인 전어도 봄에 많이 잡히고 있다는 것.

반면 대구, 도루묵, 명태 등 동해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은 난류성 어종에 급격히 밀려나는 추세다.

이 기간 대구는 6천여t이 잡혔지만 동해 앞바다가 아닌 원양어선 등 먼바다에서 잡힌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2,3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금씩 잡히던 도루묵은 한 마리도 없고, 명태는 10년 전인 1995년을 끝으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동해는 과거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으로 한류 및 난류성 고기들이 적절히 분포했었다"며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동해 표층 수온이 지난 36년 동안 0.82℃가 상승해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지금은 난류성 어종이 주 어장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아열대성 어종까지…

동해수산연구소는 2000년부터 아열대성 어종들이 동해안을 거쳐 계속 북상, 강원도 최북단 고성 연안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지금껏 연구소가 동해안에서 발견한 아열대 어종은 10여 종.

지난해 7월 초 경북 울진 죽변 연안에서 제주도 이남이 서식지인 은행게 2마리가 발견됐다.

앞선 6월 말에는 강원도 양양 연안 방파제에서 붉은바다거북이 출현됐다.

붉은바다거북은 주로 열대,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한 달 앞서 부산 해변에서도 한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6월 중순에는 영덕 축산 연안 정치망에서 새치류 중 가장 열대성이 강한 흑새치가 어획됐다.

2001년 7월 독가시치(동해 속초), 2001년 6월 장수거북(강원도 경포), 2002년 9월 강담돔(속초), 2003년 9월 초대형 노랑가오리류(강원도 양양)와 대형해파리(경북 동해 연안) 등이 연이어 출현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인도양, 태평양 열대, 동남아시아 등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아열대성 어종이다.

연구소는 경북 울진과 포항, 강원도 양양, 삼척 등지에서 매월 조사하고 있는 정치망 어종조사에서 예전 제주도 해역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백미돔, 자리돔, 철갑둥어 등 아열대성 어종이 자주 잡히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독도나 울릉도 주변 해역의 경우 4, 5년 전부터 파랑돔, 자리돔 등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잦아지면서 출현 어류의 분포 양상이 남해안이나 제주해역의 분포 양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연구소 황선재 박사는 "한류 및 난류의 교차해역인 동해 왕돌초 주변해역과 울릉도, 독도 주변 해역은 아열대성 어종이 주 어장을 형성할 만큼 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의 동해 분포 해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동해에서의 아열대성 어종 출현이 더욱 빈번해지고, 출현 지역도 계속 북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포항 박진홍 기자 pjh@imaeil.com

사진 : 지난 2002년 속초 부근에서 출현한 강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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