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직장에서 얼마나 더 근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삼팔선이나 사오정 또는 오륙도라는 말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갓 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은 직장에 발을 들여 놓기조차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취업이 이렇게 어려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진짜 전쟁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군대에서 유격훈련 받을 때 선착순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몇백 명이 뛰는 상황에서 상위 몇 등 안에 들어가야 잠깐 쉴 수 있는 상황처럼 말입니다.
처음에는 있는 힘을 다해 뛰어 보지만 상황이 반복될수록 힘만 빠지게 됩니다.
남들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난 그래도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있다고 다짐을 해왔건만 역시 현실에서는 허탈감만 안고 끝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 필자의 홈페이지 방명록에 올라왔던 글의 일부이다
컨설턴트라고 자처하면서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서 아무런 조언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럴 때일수록 꿈을 잃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자." 답 같지 않은 답을 해주었건만 현문우답임에 틀림없다.
요즘은 직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 못지 않게 아예 직장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상태에서 실업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위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청년실업은 외국 기준으로 보면 15~25세 연령층에 있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경우 대학 졸업자가 많고 남자들은 군복무 기간이 있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외국 청년들보다 늦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청년실업 연령층은 15세에서 29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청년층의 실업문제가 이토록 심각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단지 실업상태에 있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의 사회문제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할 시기에 실업이라는 고통을 먼저 겪음으로써 사회에 대해 비판적·부정적인 시각, 심지어는 반사회적인 가치관을 가질 뿐만 아니라 개인의 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이 한창일 때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경기 탓이 제일 크다.
경기가 그리 좋지 않다 보니 투자를 늘릴 수 없고 투자를 늘리지 않다 보니 일할 사람을 늘릴 필요성이 줄어든다.
기존 직장인도 쫓아내는 살벌한 현실에서 신입사원을 많이 뽑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한꺼번에 많은 신입사원을 뽑아 이들을 집합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교육시켜 연초에 한꺼번에 현장에 배치하는 공채방식을 택했으나 지금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뽑는 수시 채용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채용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 경향도 강해져 경험 없는 신입사원을 기피하고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옛날 대학에선 커피와 설탕 그리고 크림을 일정비율로 획일화한 커피, 그것도 언제 어디서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자판기 커피를 만들어 기업에 보내도 없어서 못 먹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기업의 취향은 크림과 설탕을 적절히 타야 할 뿐 아니라 커피 종류도 다양해야 하고 마시는 장소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들고다니면서 마실 수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워졌다.
자판기 커피에 싫증이 났는데도 대학에선 자판기 커피를 강요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들어가기도 어려운 직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살아남기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사원에서 임원에 이르기까지 승진이라는 무수한 지뢰를 잘 피해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경쟁에 진입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겪은 몇 년간의 변화는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충격이 몸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경쟁이라면 이제는 이러한 경쟁을 게임으로 즐기자. 그것도 당당하게 즐기는 게임으로….공선표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