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들의 말은 대표적 거짓말로 꼽힌다. 아무도 "죽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오래 살고자 하는 소망은 차츰 실현돼 가는 추세다. 1900년 36세에 불과하던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년만에 대략 80세를 육박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60대에 머물던 우리나라 남녀 평균 수명도 2000년 들어 각각 10세 이상 늘어나 여자는 80세를 돌파했다.
◇ 남북한 평균 수명 통계치를 보면 잘먹는 일이 장수의 기본임을 알게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한과 북한의 평균 수명은 엎치락뒤치락 했으나 1990년대 후반에 오면 10세 이상 차이가 난다. 주린 배가 죽음을 재촉하는 셈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장수의 중요한 전제는 병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세계 최장수로 알려진 이쯔미라는 일본인이 1986년 폐렴에 걸리지 않았다면 기록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고 한다.
◇ 과학기술부가 각계 전문가 5천 명을 동원, 1년반 동안 조사 끝에 향후 20년의 '과학기술 예측 조사'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가져 올 꿈의 미래가 제시됐다. 우주 관광이 인기를 끌고, 인간 수준의 지능과 행동 능력을 지닌 로봇이 실용화된다고 한다. 건강과 관련된 미래 예측은 더욱 환상적이다. 장기 이식용 동물의 대량 사육 기술이 실용화되고, 생체시계를 이용한 노화 방지 메커니즘이 규명되는 등 앞으로 15년 뒤면 무병장수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 nm(나노미터)크기의 로봇이 혈관을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치료하며 나노 캡슐이 몸 속을 돌아다니다 병원균을 만나면 품고 있던 약물을 방출, 박멸하게 된다. 알약 형태의 바이오칩을 먹으면 건강 상태가 무선으로 병원에 전송되는 등 재택 의료 서비스가 현실화된다고도 한다. 치명적인 병이 생기면 자신의 줄기세포로 대체 장기를 배양해 이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 생명의 연장은 머지 않은 현실로 다가온다. 그러나 무병장수가 풍요로운 삶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노인들에게는 몸의 병 못지 않게 마음의 병이 더 아프고 치유하기 힘들다고 한다. 평균 수명을 연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노후 삶의 질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까가 더 급한 과제일 수도 있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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