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육사에게 보낸 월북시인들 편지 공개

월북 시인 오장환(吳章煥), 이용악(李庸岳), 김기림(金起林) 등이 민족시인 육사 이활(李活·1904~44)에게 보낸 육필 편짓글이 7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육사의 장조카인 이동영 부산대 명예교수(73·국문학·대구시 수성구 신매동)는 18일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이들이 육사에게 보냈던 우편엽서와 편지를 공개했다.

오장환의 엽서는 백화(白樺·자작나무) 껍질을 붙인 희귀한 것으로 '동무들에게 소식 전해주시오'란 간단한 사연이 적혀 있으며, 1938년 4월 18일 일본에서 보냈다.

1933년 6월 29일자 소인이 찍힌 이용악의 편지에서는 이용악이 인문사에 출입한 사실과 육사의 거주지가 '서울 신당동 57의 8'임을 말해주고 있다. '진정 만나고 싶습니다. 인문사에 기어코 전화 걸어 주십소서'란 엽서 내용이 눈길을 끈다.

김기림이 붓글씨로 쓴 편지는 사연이 다소 길다. 다만 5월 7일 편석촌(片石村·김기림의 호)이란 발신자만 확인될 뿐 봉투가 없어 발송연도를 알 수가 없다. 이 편지에는 봉투에 사진을 넣으면서 세세한 감성을 담아 원고 청탁 또는 취직 부탁의 글로 추정된다.

세 시인이 육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장환은 '李陸史 兄', 이용악은 '李活 詞兄', 김기림은 '陸史 仁兄'으로 적고 있어, 육사보다는 모두 연하이지만 친숙한 문우 관계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세 시인 모두 한국 시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해방 후 좌익계인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해 활동하다 월북하거나 납북되자 냉전시대의 논리로 생성된 문학적인 금기로 오랜 세월 잊힌 시인이었다.

이동영 교수는 "집안의 독립운동사를 집필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사료들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육사와 월북시인 연구에 희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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